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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2조원 시대…유통지도 바꿨지만 역조 심각

2016-08-15 1646
Sundance


워킹맘인 이 모 씨(여·34)는 최근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는 것보다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는 데 더 시간을 보낸다. 의류나 가방은 물론 주방과 육아용품까지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손품만 팔면 국내 최저가보다 더 저렴하게 여러 물건을 살 수 있다"며 뿌듯해했다. 온라인을 통해 해외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하는 해외직구가 이제 일상이 됐다. 2013년 해외직구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더니 불과 1년 만에 다시 2조원을 넘어섰다. 소비자들은 해외직구를 통해 낮은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을 하나 더 얻었다. 하지만 해외직구가 증가하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은 물론 제조업체들의 설 자리는 좁아지는 게 현실이다. 해외직구 2조원 시대를 맞아, 시장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업계의 대책을 들여다본다. 

'직구 대중화' 5년 뒤 10조 시장
제품 종류·대상국가 다변화…국내 유통 직격탄 

'온라인 수출 기회로 역활용해야' 목소리 높아 
'직구 대중화' 5년 뒤 10조 시장
제품 종류·대상국가 다변화…국내 유통 직격탄 

'온라인 수출 기회로 역활용해야' 목소리 높아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이진호 씨(34)는 2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직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얼마나 쌀까'라는 생각과 함께 AS나 배송, 환불 등도 미덥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주변 친구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지난해 말 해외직구를 처음 해봤다. '폴로' 티셔츠와 필립스 전기면도기를 250달러(약 28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구입했다. 정상가보다 40% 가까이 저렴했다. 이 씨는 요즘 백화점이나 마트보다 해외직구 사이트를 더 자주 찾는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소수의 젊은 층들이 이용하던 해외직구가 보편적인 유통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나 사이버먼데이, 중국의 싱글데이 등 해외 할인 행사가 국내에서도 일상이 됐다. 관세청은 지난해 해외직구 예상 금액이 약 2조원으로 2013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랙프라이데이가 오기 전인 지난해 10월 직구 금액은 1조3589억원으로 2013년 기록(1조1509억원)을 갈아 치웠다. 

국내 소비자들이 번거로움과 배송 차질 등 리스크를 무릅쓰고 직구를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 때문이다. 

매경이코노미가 엠브레인과 함께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들의 70% 이상이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라고 꼽았다. 만족도 역시 나쁘지 않다. 해외직구 유경험자 10명 중 7명(68.6%)은 '(해외직구를 경험한 뒤)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앞으로 해외직구가 더 늘어날 것이란 풀이가 가능하다. 국내 전체 소비 시장 규모는 연간 270조원. 지난해 직구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으로 1%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선 2018년이 되면 직구 시장 규모가 8조~1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시장 규모가 10조원에 이르면 하나의 완성된 채널로 분류할 수 있다. 


서용구 한국유통학회장(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소비자는 기존 백화점·마트뿐 아니라 국경을 넘어서 상품의 가격과 조건을 비교한 뒤 가장 편리한 수단으로 구매한다. 국경과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소비 형태는 2015년 좀 더 가속화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직구의 대중화는 소비자들에게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 선택권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국내 유통업체들의 위기'를 뜻한다. 백화점이나 아웃렛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물론 해외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수입업체들에 해외직구 확대는 직격탄이다. 수입업체들은 국내 유통 과정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낯 드러난 유통업계
소비자 더 이상 '호갱' 아니다

이 때문에 유통 국경이 사라지면서 국내서 고가 정책을 써왔던 브랜드나 유통업체들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세청은 15개 수입품 2014년 5∼7월 국내 판매 가격을 조사한 결과 수입가 대비 2.1∼8.4배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품목은 여성 수영복과 향수로 각각 8.4배와 8배였다. 


해외직구 열풍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직은 아는 사람, 해본 사람만 해본 정도다. 누구나 직구에 대해 솔깃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사람도 많다. 그러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대한 욕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직구는 국내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 유통 장벽이 사라지면서 보다 저렴한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주요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할인 제품, 국내 미입고 브랜드에 대한 정보가 속속 공유되고 있다. SNS를 통해 관련 정보가 퍼지는 속도 또한 순식간이다. 결제 시스템도 진화했다. 수입 제품 가격 뻥튀기가 워낙 심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은 해외직구로 몰리고 다시 국내 독과점 유통구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해외직구 열풍을 부추기는 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발전하면서 다른 나라 가격 등 정보 획득이 용이해졌다. 결제 등 여러 플랫폼도 구축됐다. 블랙프라이데이 때 삼성, LG의 '반값 TV'와 같은 사회 이슈로 인해 국내 기업에 대한 불신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직구만큼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면 시장을 계속 뺏길 것"이라 분석했다.

업종별 희비 쌍곡선

카드·택배·배송대행업체↑
해외직구가 대중화되면서 업종별로 분위기도 엇갈린다. 

우선 카드사와 택배 산업이 대표적으로 수혜를 입고 있다. 

해외직구를 하는 소비자들은 카드로 결제한다. 당연히 해외직구 규모가 늘어날수록 카드사 실적은 좋아진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거주자의 해외카드 이용 실적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3%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인 32억달러를 기록했다. 해외여행객 증가, 원화 강세 등과 함께 직구족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덕분에 카드사들은 해외직구족을 위해 할인과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하는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택배도 해외직구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업종이다. 해외 인터넷 쇼핑몰서 구매한 상품은 택배사를 거쳐 집으로 배송된다. 택배 시장은 매년 10% 이상 증가하며 시장 규모가 4조원에 이른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 해외직구가 택배회사의 배송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가 안 될 정도로 작지만 성장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직구 소비자가 늘면서 새로운 업종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배송대행업이다. 직구 열풍으로 최근 관련 업체가 200개를 넘어섰다. 매출 규모도 500억원을 넘어섰다. 


기존 유통업체들은 울상이다. 해외직구로 구매하는 상품은 의류, 가방, 신발, 화장품, IT 가전기기다. 가격이 비싸고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직구족이 증가할수록 백화점 매출이 줄어든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백화점은 의류, 잡화, 가전제품 매출이 전체의 75% 이상이다. 국내 독점 브랜드도 대거 입점해 있다. 해외직구가 확대되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 등 대형 할인점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 생필품이나 저가 상품, 신선제품을 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주목할 곳은 온라인 쇼핑몰이다. 해외직구족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쇼핑한다는 점에서 온라인 쇼핑과 비슷하다. 가격 비교가 즉시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많다면 소비자가 쉽게 이탈할 수 있다. 

일부 산업에서의 내수 기반 제조업체 위축도 우려되는 사안이다. 국내 소비 시장에서 해외 기업들의 입지가 커질수록 국내 제조업체들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유아용 제품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최근 젊은 엄마들이 직구를 통해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들을 사면서 국내 유아업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단계 축소 등 혁신을 통해 가격 인하 노력과 함께 국내 유통업체들의 강점인 서비스 질을 더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격은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업체들이 손을 놓고 있다가는 해외직구로의 소비자 엑소더스 현상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소미 이베이코리아 해외직구팀장은 "소비자들의 변화에 맞춰 국내 유통가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를 새로운 돌파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역직구(잠깐용어 참조), 해외직판(잠깐용어 참조)을 잘 활용하면 되레 기회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잠깐용어 *역직구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직접 구입하는 쇼핑 방식.

잠깐용어 *해외직판
국내 판매자가 해외에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해 판매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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