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족 1인당, 연평균 87만4000원 사용"
#결혼 2년 차 맞벌이 주부인 김미영씨는 영어를 잘 못하지만 해외직구를 즐긴다. 해외 직구족이 급증하며 미국·일본 등 온라인 쇼핑몰이 홈페이지 한국어 지원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한국인 마케터와 번역 전담 직원을 두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무료배송을 해준다. 김씨는 이곳에서 국내 백화점에서 50만원이 넘게 팔리는 가방을 절반 가격에 구매했다.
#패셔니스타로 통하는 20대 이민호씨는 11월 말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과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그 다음주 월요일인 사이버먼데이(Cyber Monday)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미국에서 연중 최대 쇼핑이 이뤄지는 날인 만큼 파격적인 할인행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씨는 해외직구 매력에 빠지면서 최근에는 해외 주식 직접투자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최대 80% 저렴한 물건을 구매한 적이 있으며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 구입도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꼽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사이버 먼데이·크리스마스 등 이번 연말 세일 기간에만 해외직구 시장이 역대 최대인 800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해외직구 시장 규모가 올해 사상 최대인 2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의류·잡화류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 유명 가전제품·TV를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해외 온라인 쇼핑물 구매(해외직구)가 빠르게 늘면서 해외여행 중 면세점·현지 백화점 등에서 쓰는 소비액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10월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내국인 해외쇼핑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00명 중 해외직구를 경험한 소비자는 402명(57.4%)이며 이들의 1인당 연평균 소비금액은 87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해외여행 중 면세점, 현지 백화점, 아울렛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548명·78.2%)의 1인당 연평균 소비금액 96만5000원과 불과 9만1000원 차이다.
해외직구가 늘면서 해외쇼핑 품목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몇 년전만해도 해외쇼핑을 통해 명품이나 전자기기 등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기저귀나 화장품 등의 저렴한 상품도 많이 구입하고 있다.
해외쇼핑을 통해 구매한 상품은 남성의 경우 의류(26.1%), 시계·선글라스 등 악세사리(19.6%), 화장품(13.9%), 가방·지갑(12.1%), 가구·전자제품·서적(12.1%) 등 순으로 나타났고, 여성은 화장품(26.0%), 가방·지갑(16.4%), 시계·선글라스 등 악세사리(15.5%), 의류’(13.1%), 건강식품(11.7%) 등이었다.
한 해외직구 소비자는 "예전에는 배송료나 수수료 등의 비용이 많이 들어 국내와 가격차가 큰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는게 이득이었지만 요즘은 배송비도 낮아지고, 수수료도 없어져 생필품, 소모품도 해외직구로 사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쇼핑이 소비자의 전체 쇼핑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해외쇼핑족의 65.6%는 지난 3년간 전체 쇼핑지출액에서 해외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고 답했고 '거의 변동 없다'는 27.1%, '감소했다'는 7.3%에 그쳤다. 해외직구나 해외 현지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은 전체 쇼핑지출액의 평균 17.6%를 현지 매장이나 온라인 직구를 통해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74.9%는 '향후 해외쇼핑을 늘리겠다'고 답해 해외쇼핑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종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해외직구 열풍과 해외관광 활성화로 해외쇼핑이 단발성이 소비가 아닌 일반적인 구매행태의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며 "국내 유통업체들은 해외로 향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제품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7월21일부터 8월1일까지 지난 3년간 해외직구나 해외여행중 현지서 쇼핑을 해봤다는 해외쇼핑족 700명을 임의할당, 이메일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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