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3년 재정적자 117조원, 참여정부 5년 18조3천억의 6배
나라살림 거덜내는 MB정부
실질 경제성장률이 4%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도 나라 살림이 50조원 규모의 적자를 낸다면 이는 나라 재정에 이미 ‘빨간불’이 켜졌음을 뜻한다. 불과 2년 만에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는 100조원 규모의 적자가 쌓이는데다, 앞으로도 몇 해 동안 재정적자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재정적자는 폭설이 내리듯 쌓여가고 있다. 한나라당이 “나라 살림을 거덜 냈다”고 비판했던 참여정부 5년간의 누적 재정적자(관리대상수지 기준)는 18조3000억원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출범 첫해인 지난해 15조6000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는 적자 규모가 51조6000억원으로 커졌다.
내년에도 50조원 안팎의 적자를 내면 불과 3년간의 적자 누계액이 117조원으로 참여정부 5년간 누적치의 무려 6배를 넘게 된다. 게다가 정부의 감세 계획에 따라 2011년에도 3조8900억원의 세수 감소 효과가 발생하고 저성장 국면에서 세수의 빠른 증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가 재정균형을 달성하는 것은 2014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애초 이명박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조했다.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2008~201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정부는 매년 재정지출 증가율을 세수 증가율 수준으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이명박 정부 5년간의 재정적자는 누계 37조7000억원에 그쳐야 했다. 그러나 정부의 애초 공언과는 정반대로 이명박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후퇴 탓만은 아니다. 경기후퇴로 세수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감세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기획재정부 집계로도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누적 감세 규모는 무려 88조65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대규모 사회기반시설(SOC) 사업, 2012년까지 22조원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 등 신규 국책사업이 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해 재정적자를 키우고 있다.
재정적자 누적에 따른 국가채무의 증가는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이자 부담도 늘려 재정 운용에 큰 짐이 된다. 내년에 국가부채가 400조원을 넘으면 평균 국채 이자율이 연 5%라고 할 때, 한 해 이자로만 무려 20조원이 들어가게 된다. 우리나라 국가채무 비율이 주요 선진국에 견줘 아직 낮기는 하지만, 적자재정 구조는 늪과 같아서 한번 빠져들면 쉽게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지난 6월 ‘국가재정운용계획 총괄작업반’(대표집필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재정·사회개발연구부장)은 “우리나라가 재정균형을 조속히 회복하지 못할 경우 1970년대 이후 선진국과 같이 재정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해 여러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가 예산을 들여야 할 사업을 공공기관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국가채무 증가를 눈가림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24개 공기업의 금융성 부채는 과거 연간 10조원가량 늘어났으나, 지난해에는 20조원가량 늘었고,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최근에도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비 가운데 1조7000억원가량을 수자원공사가 떠맡게 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건전성의 급격한 악화는 고령화에 대한 대처와 사회안전망 확충 등 정부가 맡아야 할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치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