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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펑', 해운대 30분-부산시 90분이면 초토화

2016-09-22 2144
정희준 동아대 교수

수도권에는 핵발전소가 없다. 왜일까. 간단하다.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핵공학자들이 아무리 "핵발전소는 안전해요~"를 외쳐도 그들의 말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그간 가동한 전 세계 500여 개의 핵발전소 중 이미 세 개가 터졌다. 그리고 그곳은 죽음의 땅이 됐다. 서울 근처엔 절대 안 지을 것이다.

최근 정부의 데이터를 총괄하는 제3정부통합전산센터 건립을 위한 입지 선정 작업이 한창이다. 기획재정부는 부산을 선호한다고 한다. 해외에서 해저로 케이블이 들어오는 송정에 데이터베이스 망 기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제시한 입지 조건 중엔 이런 게 있다고 한다. 핵발전소에서 30킬로미터 이상 벗어나야 한다는 것. 송정은 고리 핵발전소 바로 옆 동네다. 이는 정부 역시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 되겠다.

통합전산센터는 중요한 시설이다. 안전한 곳에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은? 부산, 울산, 경상남도에 사는 국민은 안전한 곳에 살 권리가 없는가. 정부는 입지 조건으로 '30킬로미터 밖'을 제시했다는데 바로 그 30킬로미터 안에는 343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살고 있다. 정부는 그들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는가. 그들의 목숨 값은 전산 데이터 값보다 못한가.


정부는 알고 있다


국토 면적당 핵발전소 밀집도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핵발전소라는 사실상의 폭탄을 껴안고 사는 지역이 바로 부산이다. 부산은 기장군 고리 지역에 이미 6기가 가동 중이고 여기에 또 4기가 추가 건설 중이다. 인구 350만 대도시가 핵발전소 10개를 끼고 살게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문제는 고리 핵발전소 1호기다. 1호기는 2007년 30년의 수명이 만료됐음에도 이명박 정부가 10년간 재가동을 승인해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그러니까 고리 1호기는 '노후 핵발전소'도 아니고 사실상 '폐 핵발전소'인데 이걸 땜질해서 계속 쓰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초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는 건설 당시 기술 부족으로 인해 세 조각을 붙여 만든 '용접 원자로'로 전체 핵발전소 사고 및 고장 건수 659건 가운데 129건을 기록한 '공포의 핵발전소'이다.

그런데 지난 4월 한국수력원자력은 연장 시한이 4년 밖에 남지 않은 고리 1호기에만 무려 2382억 원을 들여 부품 교체에 들어가기로 했고 또 곧 스트레스 테스트를 치를 것이라고 한다. 2차 수명 연장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든, 비행기든, 그 어떤 기계든 37년을 쓰면서도 그 성능을 유지하는 것이 있는가. 그럼에도 또 재연장을 해서 50년 쓰겠다고 나선 것이다. 전 세계 핵발전소 평균 수명은 19.3년에 불과하다.


핵발전소 사고는 시간의 문제, 내가 아니길 바랄 뿐


그렇다면,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노심 용융 사고는 가능할까.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만약에 사태에 대비해 제1, 제2, 제3의 비상 발전기를 가지고 있고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이 쓰나미로 인한 발전기 침수였기 때문에 비상 전원 차량까지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4단계의 비상 대비책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게 다 무용지물이었다. 고리 1호기는 이미 2012년 2월 정전 사고가 났고 또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를 담대하게 은폐했다가 들통이 났다. 원자로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완전 정전(black out)이 12분간이나 지속됐는데도 이를 숨긴 것이다. 이게 2시간 정도 지속되면 연료봉이 녹기 시작하고 이는 곧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한국판이 되는 것이다. 당시 우리는 '대재앙 100분 전'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다시는 이런 사고는 없을 것인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지난 7월 고리 1호기의 비상 발전기 2대가 무려 18시간 동안 멈췄다. 이마저도 또 은폐하려 했던 것인지 두 달이 지난 후에야 알려졌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금도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국민들은 고리 1호기의 연이은 사고를 잘 모를까. 핵발전소에서 거리가 먼 중앙 언론사들이 이 문제를 해외 토픽 보듯 하기 때문이다.


사고 나면 대피가 가능할까


그러면 실제 상황을 그려보자. 고리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터졌다고 말이다. 방사성 물질이 퍼지기 전에 대피가 가능할까. 그렇다면 방사성 물질은 얼마나 빨리 퍼질까.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직후 국방과학연구소의 화생방 시스템 모델에 기상청 자료 등을 입력한 시뮬레이션 결과 고리 핵발전소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규모의 사고가 날 경우 북동풍이 초속 4미터로 불면 기장군은 20분 만에, 50분이 지나면 서부산 경계 지점까지, 90분이면 부산 전역이 방사능으로 덮인다고 한다. 북동풍이 잘 부는 여름엔 더 빠르게 퍼진다고 한다. 결국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해운대 구민들에겐 30~40분, 부산 시민들에겐 90분 남짓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과연 그 시간 안에 대피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궁금함에 더해진다. 과연 이들 국민들은 사고 소식과 대피령을 얼마나 빨리 알게 될까. 사고 즉시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고리 핵발전소에서 제때 한국수력원자력으로 보고할까? 그러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안전위원회 또는 한국전력으로 곧바로 보고할까? 그럼 여기서 국토교통부로, 그리고 청와대로 얼마 만에 보고가 될까. 시간 꽤나 걸릴 것이다.

그러면 국토교통부와 청와대는 얼마 만에 이를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부산, 울산, 경남의 3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에게 대피하라는 결정, 그거 쉽게 할 수 있을까. 이를 결정해야 하는 사람들은 아마 부들부들 떨 것이다.

한 전문가에 물어봤다. 사고 후 얼마 만에 부산 시민들이 알게 될 지에 대해서. 그는 회의적이었다. 보고 라인을 통해 상부 기관에 올라가고 각 기관마다 혼란 속에 논의도 거칠 텐데 어느 세월에 시민들이 알겠냐는 것이다. 작년 고리 1호기 정전 은폐 사건도 조직적 은폐 기도와 상부 보고 지체가 뒤섞여 있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핵발전소 사고가 터지면 대피할 시간도 없이 피폭되고 그것으로 모든 게 끝이라는 것이었다.


핵발전소 사고의 그날은 '지속 가능한 아비규환'의 시작


핵발전소는 사고를 배제할 수 없다. '언제냐'의 문제일 뿐 대형 사고는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핵발전소 1기에 밸브만 3만여 개, 용접 부위는 6만5000여 곳, 배관의 길이는 170킬로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부품이 고작(?) 2만 개라는 자동차도 가다가 그냥 서버리기도 하는데 핵발전소는 오죽하겠는가.

게다가 고리 핵발전소는 사고발생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선 1호기는 폐원자로를 땜질해서 쓰고 있다. 사고 및 고장 건수 129회에 빛나는 공포의 핵발전소이다. 특히 한국은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전쟁 발발 시 적의 미사일이 최우선적으로 타격하는 곳은 통신기지와 원자로이다.

자연환경도 딱이다. 부산 인근 지역은 지난 10년간 핵발전소 4곳의 반경 50킬로미터 내에서 총 75차례의 지진이 발생한 곳이다. 바닷가에 있으니 당연히 쓰나미도 가능하다.

인적 환경은 어떠한가. 며칠 전 검찰은 핵발전소 부품의 품질 보증 서류 위조, 시험 성적서 위조, 인사 청탁 등의 핵발전소 비리로 총 43명을 기소하고 5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중엔 그 유명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한국전력 이종찬 부사장,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포함되어 있다. 핵발전소 집단은 사고 은폐 집단이자 사실상 비리 집단임이 증명된 것이다.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하기에 이만큼 탁월한 조건을 가진 핵발전소가 세계 어디에 또 있을까.

방사능 유출 사고가 나면 부산과 울산의 공장이 멈추고 세계 5위의 부산항이 폐쇄돼 경제적 손실이 600조 원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장기적 사망자가 30만, 80만 명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정말 사고가 터지면 이러한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대재앙, 사회적 아수라장이 발생할 것이고 이는 지속 불가능한 아비규환으로 연결될 것이다.

일단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때처럼 노심 용융 사고가 발생하면 '30킬로미터 내 343만 명'이라는 숫자는 사실상 주민 대피가 불가능한 숫자다. 후쿠시마는 30킬로미터 내 거주자가 고작 15만 명이었다.

이제는 아파트촌으로 변모하여 수시로 교통 정체에 시달리는 43만 해운대 구민들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울산은 또 어떻고.

이 위급한 마당에 전화는 분명 불통이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자식을 찾지 못해 공포감에 휩싸일 것이다. 또 일시에 그 많은 사람들이 차를 몰고 핵발전소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려 하겠지만 곧 길은 막히게 될 것이다. 아마도 차를 버리고 짐을 지고 걷게 되지 않을까.

다 잘 됐다 치자. 그러면 대피한 이 수십만 또는 수백만 명을 어디서 묶게 하겠는가. 이건 대피소 수준이 아니다. 수용소를 수백 개 만들어야 한다. 수용소 생활 10년이면 집에 가게 될까? 20년?

아니면 일본이 지금 이순간도 찾아 헤매는 방사능 오염 제거 방법을 터득하는 그날까지? 그래서 그린피스도 "세계 어디에도 이런 곳이 없다"면서 만약 고리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후쿠시마 사고를 훨씬 능가하는 세계적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요즘 유신 시대로 회귀했다고 걱정들이 많으신데 유신 시절이 아니라 아예 한국 전쟁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다.


'유신 시절' 정도가 아니라 '동란 시절'로 회귀할 수도


사실 이 문제는 부산과 인근 지역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금 일본은 후쿠시마에서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도쿄에서도 방사능 오염 지수가 평소의 100배 이상 측정되는 경우가 빈번해 일본인들에게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있다. 사고가 나면 영남권 전체가 위험 지역이 된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해류를 따라 대전, 광주, 강원도, 서울까지도 방사능은 여행할 수 있다.

서울의 고급 백화점에 납품되던 기장 미역이 요즘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지금도 이러한데 사고가 터지면 일단 남쪽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해산물, 축산물의 교류가 끊기게 될 것이다. 다른 상품들도 거래가 끊길 것이다. 결국 부산, 울산 지역의 사람들은 인간관계도 타격을 보게 될 것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후쿠시마에서 온 사람들 만나기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한다. 정서적, 사회적 격리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나중에 복구라도 하지만 핵발전소가 잘못되면 아예 사람이 접근도 못하는 '죽음의 땅'이 된다. 핵발전소에서 적어도 20킬로미터 이내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수용소 생활을 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 재산이라는 게 집이 전부인 경우가 많은데 적어도 수백만 명의 재산이 연기가 되어 날아간다. 자식 교육은 또 어쩌고.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모여 일본처럼 '사회적 낙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핵은 '인간이 다룰 수 없는 물질'이라고 한다. 강원대학교 성원기 교수는 핵은 "굉장히 위험한 물질" 정도가 아니라 "인류와 공존이 불가능한 물질"이라고 했다. 후쿠시마 사고 수습을 직접 지휘했던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사고 2주기를 맞아 이렇게 말했다.

"핵발전소를 완전히 철폐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핵발전 정책이다."

지금 밥상 위 생선구이가 어디서 왔느냐를 따질 때가 아니다.  

source : 130000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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