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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세관 '면세초과 물품과의 전쟁'

2016-08-15 2099
Sundance

설마 걸릴까? 샤넬백… 예, 걸립니다!

한 20대 여성의 짐이 X레이 투시기를 통과하는 순간 세관 직원이 옆 직원에게 외친다. "캐리어 안에 샤넬 가방 있어요. 조사 좀 부탁드려요." X레이 투시기를 통해 살펴보면 가방·시계 등은 대다수 식별 가능하며 샤넬처럼 로고가 뚜렷한 제품은 브랜드명까지 확인할 수 있다. 샤넬 가방을 캐리어 안에 넣은 여성은 짐을 일일이 풀어헤치며 샤넬 가방을 세관 직원에게 확인해줘야 했다. 이 여성은 자신이 샤넬 국내 매장 직원이며 국내에서 구매한 사실을 증명한 이후 입국장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

10분 정도 지난 뒤 30대 신혼부부가 자진신고를 위해 세관 직원 앞에 섰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 여성은 1,570유로 상당의 샤넬 가방을 구매한 사실을 세관에 신고했다. 관세청은 지난달부터 면세물품을 초과한 여행자가 자진신고할 경우 면세부과액 15만원 한도에서 관세의 30%를 감면해주고 있다.

이 여성은 자진신고를 한 덕에 17만원의 세금을 부과받았다. 만약 자진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부과되는 세금은 23만4,000원이다. 또 신고하지 않고 몰래 반입하려다 적발되면 가산세 40%가 부과돼 32만7,000원을 내야 한다. 이 여성은 자진신고를 한 덕에 세금을 크게 절약한 것이다.

오후4시40분이 되자 E구역 수화물 수취대 앞에서는 카타르 도하에서 도착한 승객들이 예외 없이 휴대물품을 조사받았다. 파리에서 온 여행객들은 '세관 조사의 단골손님'이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 가산세를 부과받는 승객 없이 모두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도하에서 온 여행객들은 달랐다.

모자 관계인 30대 남성과 60대 여성은 유럽에서 고가의 태그호이어 여성용 시계를 구입한 뒤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빠져나가려고 했다. 60대 여성은 시계를 손목에 찬 뒤 세관 조사를 통과했지만 아들이 문제였다. X레이 투시기를 통과한 아들의 수화물에서 시계 케이스가 발견된 것이다. 세관 직원이 시계의 행방을 물으니 '케이스만 가져온 것'이라며 뻔한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시계 케이스의 출처에 대해 명확한 소명이 없으면 입국장을 나설 수 없다고 하자 체념한 듯 어머니가 시계를 갖고 입국장을 나간 사실을 실토했다. 결국 3분쯤 후에 세관 직원의 호송을 받으며 어머니도 세관 조사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고의로 사치품을 밀반입하려 한 사실이 입증돼 시계는 압류 조치 되고 벌금 등의 행정처분도 받게 됐다.

비슷한 시각, 이번에는 연인 관계인 20대 중국 여성과 30대 한국 남성이 세관에 적발됐다. 20대 중국 여성은 국내 모 성형외과에 중국 마케팅 담당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일주일 전 국내에서 출국하기 전 면세점에서 샤넬 가방을 구입했다. 이 여성은 세관에 적발될 것을 우려해 가방을 남성에게 맡긴 뒤 세관을 통과하려 했다. 하지만 남성의 캐리어에서 샤넬 가방이 발견되면서 치밀한 작전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이들 역시 고의성이 인정돼 가방은 압류되고 벌금까지 물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인천공항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과세 대상으로 적발된 여행자 물품은 12만1,194건이다. 현장에서 세금을 내지 않아 유치된 핸드백이 5만7,017개, 시계 1만71개, 주류 3만5,171병, 불법의약품 4만2,692개, 화장품 3,158개 등이다. 2013년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다. 2013년에는 핸드백 6만6,528개, 시계 8,108개, 주류 3만7,825병, 불법의약품 4만1,917개, 화장품 2,209개 등이다. 지난해 입국 여행객이 1,918만명으로 2013년(1,689만명)보다 5.3%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여행객의 전반적인 인식이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인천공항세관 직원들은 면세물품을 초과한 여행객들을 어떻게 콕 찍어낼 수 있을까. 그것은 모든 정보가 세관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이민정이라는 여성이 신라호텔 면세점에서 루이비통 가방을 구입했다고 가정하자. 이씨의 구매내역은 세관으로 전달된다. 이씨가 미국을 다녀온 뒤 유나이티드항공을 타고 입국한다면 탑승 사실이 세관으로 전달된다. 이씨가 공항에 들어와 입국심사를 받을 때 관련 정보는 다시 한번 세관에 전달된다. 결국 이씨는 세관 직원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이다. 또 다른 경우를 살펴보자. 최은정씨가 파리에서 항공기를 타고 A구역에서 위탁수화물을 찾았지만 세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80m 떨어진 D구역으로 이동해 입국하려 한다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정답은 '노(NO)'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수화물 수취대에는 사복 복장의 세관 직원이 10여명 근무하며 동선이나 거동이 수상한 여행객의 동태를 다른 직원들에게 수시로 알린다. 최씨는 A구역 세관 직원의 연락을 받아 D구역에서 세관 검사를 받게 될 것이다.

인천공항세관은 여행객들이 면세초과 물품을 자진신고하면 세금을 감면 받을 수 있으니 신고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가령 500만원 상당의 샤넬 핸드백을 파리에서 구매했다고 가정해보자. 자진신고할 경우 세금은 30% 감면을 받아 197만원가량 된다.

하지만 신고하지 않고 적발될 경우 가산세 40%가 부가돼 297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만 무려 100만원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자진신고 감면혜택이 시행된 후 성실하게 신고한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사치품을 숨기고 반입하는 사례가 줄지 않고 있다"며 "사치품을 밀반입하면 가산세를 부과 받으며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물건이 압류조치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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