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 붐에 직격탄 맞은 한국 백화점들 '울상'
2016-08-15 1652
Sundance
1929년 한국 최초의 백화점인 미스코시가 문을 열었을 때 대부분 수입품이었던 상품들은 고가에도 불구하고 금세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삼성그룹이 인수한 후 미스코시 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으로 개명됐다.
이제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한 한국 백화점들은 파격 할인 행사를 기획하며 온라인 유통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찾아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샅샅이 뒤지는 한국 소비자들이 늘면서 한국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쇼핑 트렌드를 해외 '직구(직접구매)'라고 부른다.
인터넷 보급률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 해외 직구 붐은 경기회복 둔화와 국내 유통업체들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정부의 노력과 동시에 일어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국내 3대 백화점 매출을 합한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 감소했다고 한다. 이 수치는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 백화점, 현대백화점이 올리는 매출을 합하면, 국내 백화점 총 매출의 80%를 넘게 차지한다. 롯데백화점은 매출 기준 국내 백화점 서열 1위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올해 11월에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주문한 수입품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고 관세청은 추산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사이트는 아마존과 이베이, 갭 등 미국 사이트가 대부분이다.
이베이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이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외국 상품을 구매하는 금액이 지난 3년 사이에 2,100억 원으로 4배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인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고 있다.
관세청에 의하면, 지난해 한국 소비자들이 (구매 대행 업체를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한 액수는 2009년에 비해 6배 가까이 증가한 1조1,00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1월에서 11월까지 한국 소비자들이 개인적으로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한 액수는 13억7,000만 달러(약 1조5,127억 원)로, 지난해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류영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한국인들에게 온라인 쇼핑이 점차 인기를 끌면서 백화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백화점들은 온라인 경쟁업체에 급속도로 고객들을 빼앗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국내 유통업체에서 수입품을 지나치게 고가에 판매한다고 오래 전부터 불만을 터뜨려왔다. 비슷한 상품을 해외 온라인몰에서 구입하면 훨씬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 배송비까지 포함해도 국내 유통업체에서 구입하는 금액의 절반가량인 경우도 다반사다.
한국 정부는 유통업체들이 해외 럭셔리 브랜드와 독점판매계약을 맺다 보니 수입품에 고가를 매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올해 한국 정부는 수입통관절차를 간소화하고, 미국에서 직접구매하는 상품의 면세 혜택을 2배로 확대했다.
이달 관세청은 핸드백과 시계, 디지털 카메라 등 가장 많이 수입되는 품목 15가지의 수입가가 국내 판매가에 비해 2.1배에서 8.4배 높다고 발표했다. 반면 이들 품목과 비슷한 종류의 국산품 판매가는 제조원가의 1.7배에서 2.2배 높았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백화점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운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소비자들이 똑똑해진 데다가 클릭 한 번만 하면 인기 외국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국내 유통업체들이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일 차례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해외 직구를 포함해 국내 인터넷 쇼핑 시장이 2010년에 비해 내년에는 62조4,000억 원으로 2배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유통업체들과 경쟁하는 구도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호주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호주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탄력을 받았다. 아마존과 같은 해외 웹사이트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누린 이익은, 호주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사라졌다.
미국에서 일부 유통업체들은 한 세트의 재고와 자산을 활용해 온오프라인 주문을 모두 충족시키는 '옴니채널(omnichannel)'이라는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강준모 현대백화점 홍보팀 대리는 현대백화점이 예년에 비해 할인폭을 늘렸지만, 매출이 예상만큼 호조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매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백화점 순이익도 영향을 받았다. 롯데백화점의 모회사인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정선화 롯데백화점 홍보실 대리는 매출이 감소한 이유는 한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대리는 지난해부터 롯데백화점 매출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해외직구 트렌드라고 부연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3.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현대백화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8.1% 줄어들었다.
윤나미 롯데백화점 상품본부 선임상품기획자(CMD)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직구의 인기가 날로 높아져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직접 만져보고 입어본 후 구입하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여전히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김종민 신세계백화점 홍보팀 대리는 신세계백화점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일반 잡화에 비해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을 겨냥하는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직구 트렌드에 대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영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가계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맸기 때문에 백화점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내다봤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과 경쟁하기 위해서 파격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몇 주를 제외하면, 백화점 물건가는 거의 1년 내내 더 비싼것이 사실이다."
12월 22일 한국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7%에서 3.4%로 하향조정했다. 아시아 4위 경제대국인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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