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 불황을 안다" … 판매 증가율 하락
영국 런던 멀버리 매장 앞을 한 남자가 지나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지갑이 두둑한 부유층이 소비시장을 지탱해왔다. "명품 업체는 불황을 모른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들어서는 명품업계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올해 전 세계 명품 판매 증가량이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발표했다. 14일(현지시각) CNBC방송에 따르면 클라우디아 디아르피지오 베인앤컴퍼니 명품시장 분석 담당은 올해 전 세계 명품 판매량이 2%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총 판매금액은 2230억유로(약 299조5540억원)로 추산했다.
유럽과 일본의 부진한 경제 상황과 중국의 명품 소비 둔화 같은 경제적인 요인과 우크라이나, 홍콩 등 정치적인 불안이 결합된 여파가 명품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명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18%, 중국은 2%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의 경우 시진핑 정부의 부패 단속이 명품 판매량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영국 명품업체 버버리는 올해 매출 전망에 대해 "소폭 감소할 것이란 부담이 있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올 상반기 버버리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질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1분기 매출 증가율은 12%였지만, 2분기 들어서는 8%로 하락했다.
고급 가방 전문업체인 영국 멀버리는 2015년 3월 끝나는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세전수익이 "현재 전망치보다 심각하게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반기 매출 전망치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한 6470만파운드로 수정했다.
고프리 데이비스 멀버리 최고경영자(CEO)는 "(영국을 찾은) 중국 여행객들의 구매는 증가했지만 한국과 말레이시아, 태국 등 다른 아시아 지역 여행객들의 구입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명품업체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LVMH그룹은 세계 경제와 금융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며, 올해 매출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지난달 실적을 발표한 프라다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줄었다고 발표했다.
명품업계에 대한 우려는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영국 런던 증시의 대표지수인 FTSE 100지수는 연초 이후 0.53% 하락했지만 이 기간 버버리와 멀버리의 주가는 각각 6.26%, 27.19% 내렸다. 프라다도 이탈리아 증시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이 명품업체의 주가 때문에 명품 판매량을 주시하는 것만은 아니다. 부유층의 씀씀이가 넉넉할 때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의 가격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최근 경제지표들이 개선되는 미국에선 명품업체들의 실적도 좋아질 전망이다. 베인앤컴퍼니는 미국의 명품 매출을 지난해보다 5% 늘어난 650억달러(약 69조890억원)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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