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이어 농협까지? 택배업체 뿔났다
정부, 허용검토…전국망ㆍ거대자본력 앞세워 시장 위협
정부가 농협의 택배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택배업체들이 볼멘소리를 거침없이 표출하고 있다. 국민혈세가 투입된 사실상 공공기관으로서 거대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농협이 일반 택배시장에까지 진출하면 우체국 택배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택배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하면 '특혜'를 누릴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9월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축산물 직거래 비용 절감 측면에서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며 농협 택배 사업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농협이 택배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농민들이 주로 이용했던 우체국 택배가 최근 토요일 배송을 중단하면서 상하기 쉬운 농축산물 배송에 어려움을 겪어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체국 택배가 토요일 배송을 중단하면서 택배 단가를 인상한 것에 대한 보완책으로 택배 사업에 나선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그동안 국내 택배시장은 CJ대한통운을 비롯해 한진, 현대로지스틱스 등 상위 1∼5위 업체가 전체 시장의 70% 정도를 점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30%를 중소업체가 나눠 가지는 혼전 양상을 보여 왔다.
이 와중에 전국 시군 단위의 탄탄한 조직망을 갖추고 자금력까지 풍부한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은 그 파괴력과 잠재력만으로도 기존 택배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또한 우체국 택배처럼 농협 택배도 부가가치세 면제 등 조세감면의 혜택을 받아 생긴 가격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택배업체들의 우려와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택배업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통합물류협회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자산 290조, 44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공룡 농협의 민간택배시장의 진출은 새로운 형태의 '일감몰아주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농협 택배가 현실화된다면 물류강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전문물류기업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키고 연평균 7%대 성장을 보이고 있는 택배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농협은 본연의 사업인 농업인의 실익증진에 힘써 1차산업 활성화의 기반을 확대하고, 새로운 사업체를 만들기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민간택배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농산물의 원활한 유통과 도소매판매시설의 활성화를 위한 협업체제 구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통합물류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국내 택배시장은 연평균 7.2% 규모의 성장을 유지해 왔다. 2009년 11억박스(2조7200억원)였던 국내 택배시장은 2010년 12억박스(2조9900억원), 2011년 13억박스(3조2900억원), 2012년 14억6000만박스 (3조5200억원)에 이어 지난해 15억박스(3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또 택배사들은 농협의 택배진출로 인해 그동안 서비스 개선과 지속적인 투자로 힘껏 일궈온 텃밭을 고스란히 내줘는 꼴이 될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민간업체들은 수익을 시설확장에 투자하면서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농협이 진출한다면 정부의 특혜를 업고 피땀흘려 만들어 놓은 시장에 그야말로 무혈입성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기관인 우체국 택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농협의 택배 사업 진출은 애초부터 불공정한 게임일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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