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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뽑기' 잘못하면 소비자만 덤터기

2016-08-15 2261
Sundance

실제 사례를 통해 분석한 車소비자 분쟁의 원인 및 현황


박모씨는 올 7월26일 메르세데스-벤츠 판매(딜러)사 한성자동차가 운영하는 벤츠 서울 삼성전시장의 영업직원(딜러) 손모씨로부터 중형 세단 C클래스를 받았다.

문제는 그 차에 결함이 있었다. 속된 말로 '뽑기'를 잘못한 것이다. 터치패드는 원래부터 고장이었다. 게다가 '간헐적 rpm 이상'도 발생했다. 가속은 되지 않으면서 갑자기 엔진회전수가 4000rpm까지 올라갔다.

변속기, 혹은 이를 조절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세팅에 결함이 의심됐다.

소비자 박모씨는 계약 취소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기쁜 마음에 샀던 새 차는 서비스센터에 방치됐다.

자동차를 둘러싼 분쟁은 박모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 상반기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자동차 (결함) 상담 접수 건은 국산차 5184건, 수입차 893건이었다. 매년 1만2000명, 전체 소비자의 0.8%가 신차 문제로 소비자원을 찾는 셈이다. 실제로 기자에게도 매달 2~3건의 제보가 꾸준히 온다.

무엇이 문제일까. 분쟁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 자동차는 원래 교환·환불이 어렵다




소비자원 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소비자가 자동차를 교환·환불하려면 주행·안전에 '중대한 결함'을 확인해야 한다. 그것도 인도일로부터 한 달 내 2회 이상, 혹은 1년 내 4회 이상(누계 수리기간 30일 이상) 반복해서. 재질이나 제조상 결함은 기본적으로 무상수리로 끝이다.

텔레비전(TV)이나 휴대전화, 가구 등 일반 제품은 어떨까. 보통 열흘 이내에 정상적인 사용 중 성능·기능 결함으로 중요한 수리를 해야 한다면 교환·환불할 수 있다. 보통의 고장이라도 보증기간 재발하면 역시 교환·환불 대상이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원천적으로 다르다.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은 더 그렇다.

'중대한 결함'의 기준이 훨씬 엄격하고 복잡하다. TV는 방송만 잘 나오면 일단 된다. 휴대전화도 기본적으로는 통화만 잘 되면 된다.

그러나 자동차는 주행이라는 핵심 기능 외에도 조향, 제동, 에어백, 내비게이션, DMB, 주차보조시스템 등 수백, 수천개의 크고 작은 기능이 혼재해 있다. 최신, 고급 모델일수록 더 그렇다.

이중 어디까지가 중대한 문제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박모씨 차량의 터치패드 결함은 현행법상 단순한 제조상 결함이다. 교환·환불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만약 TV에서 일어났다면, 리모컨이 작동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대한 결함이었을 것이다.

중대성을 떠나 결함을 판별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 박모씨 차량의 '간헐적 rpm 이상'이나 주행 중 시동 꺼짐이 대표적이다.

한성차가 지난 8월28일 내놓은 공식 답변은 '기술문의 답변근거 정상 고지함'이었다.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박모씨의 차를 검사한 같은 회사 엔지니어는 박모씨에게 “이상이 느껴져 독일 본사에 의뢰했다”고 했었다. 차를 판매한 한성차 삼성지점장도 “이와 관련한 고객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동차는 분명히 일어나고 있지만, 간헐적으로 발생해 입증하기도 어려운 문제가 꽤 있다. 에어백은 아예 사고가 나기 전엔 작동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다.

소비자원도 나름대로 해법을 내놨다. 30분 동안 고객과 벤츠코리아, 한성차가 함께 차를 타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시연 때 '간헐적'인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회사에 '면죄부'만 주게 된다. 박모씨는 결국 참석을 거부했다.

자동차는 다른 제품과 달리 결함이 곧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도 문제를 어렵게 한다. 스마트폰은 배터리가 폭발이라도 하지 않는 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지만 자동차는 다르다.

사소한 결함처럼 보여도 소비자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이다. 박모씨는 rpm이 오를 때 급발진이 일어날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 '박모씨'는 어떻게 될까

박모씨는 차량 결함을 확인한 후 싸움을 시작했다. 딜러에 항의했다. 한성차와 벤츠코리아에도 항의했다. 이들의 대응에 불만을 느낀 그는 결국 2주 후인 8월11일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했다.

같은 날 법적 투쟁의 첫 단계인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는 8월 말 소비자원을 통한 해결이 어렵다고 느꼈다. 이곳저곳 뛰어다녔다. 본업보다 이 문제 해결에 더 몰두해야 했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언론사 기자에 제보했고 최근 한 방송사가 이를 보도했다.

안타깝게도 쉽지 않은 싸움이다.

그가 환불이나 교환을 받으려면 '간헐적 rpm 이상'이 앞으로도 두 번 이상 일어나야 한다, 이를 증명할 영상이 있어야 한다. 또 이 문제가 '중대한 결함'이라고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를 갖춘 후 변호사를 선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야 한다.

개인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이다.

소송을 해도 이기리라는 보장이 없다. 흔치 않지만 실제로 법정까지 간 소비자도 있다. 지난 2010년 10월 계기판이 고장 난 BMW 5시리즈를 산 오모씨는 BMW코리아와 딜러사인 코오롱글로텍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에선 이겼다. 당시 법원은 '소비자는 완전한 상태의 제품을 인도받을 권리가 있고, 하자 있는 자동차는 가치하락이 클 수 있다'며 새 차로 교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사건을 검토한 대법원2부는 올 5월 “계기판 모듈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치유할 수 있는 하자로 자동차 가치하락 가능성도 적다”면서 “판매자에게 신차교환 의무를 부담시킨 것은 지나치게 큰 불이익”이라고 했다.

2011년 7월 BMW를 산 김모씨도 두 달 만에 브레이크를 밟을 때 변속 충격을 발견했고 수리 후에도 같은 문제가 이어지자 환불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이겼다.

그러나 올 5월 열린 2심에서 '변속기는 쉽고 저렴하게 수리할 수 있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소송 자체가 부담스럽고, 법을 바꾸지 않는 한 소송에서도 진다. '결국 자동차 뽑기'를 못한 소비자는 덤터기를 쓸 수밖에 없다. 계약 전에 차를 더 꼼꼼히 살피고, 할 수 있다면 일정 거리를 직접 타보며 뽑기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 초기 부실대응이 소비자 불신 키워



모든 제보가 그렇지만 박모씨 사례는 특히 안타까웠다. 판매자의 부실한 초기 대응이 소비자의 불신을 키운 측면이 있었다.

딜러 손모씨는 처음부터 불완전하게 판매한 듯했다.

박모씨와 손모씨는 이미 터치패드 결함을 알았다. 박모씨는 그러나 '어제까지 됐다. 단순한 설정 조작 미흡이니 곧 해결하겠다'는 손모씨를 믿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박모씨가 이게 원래부터 불량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서비스센터를 찾은 후였다.

그나마도 부품이 없어 수리하려면 2주는 걸리는 상황. 손모씨가 “이 정도 갖고…”라는 태도로 일관해 화를 부추겼다는 게 박모씨의 주장이다.

부실 대응은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차를 서비스센터에 맡기고 다른 차를 빌렸으나 이마저 곧 후진이 안 돼 회사 측에서 견인해 갔다.

참다못한 박모씨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렸다. 그러나 나흘 후 온 것은 기다리던 답변이 아닌 콜센터의 신차 만족도 설문조사였다. 판매사와 판매사가 위탁한 콜센터끼리 고객정보 공유가 안 돼 일어난 촌극이었다.



한성차는 처음 차량을 인도한 지 30여일 만인 지난달 28일에서야 공식 회신했다. 차량 수리는 마쳤으나 무리한 피해 보상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는 내용.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땐 이미 박모씨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있었다.



처음부터 터치패드 같은 기본적인 차량 상태를 확인할 순 없었을까. 깜빡 놓쳤더라도 적확한 대응으로 이를 만회할 순간은 없었을까. 인재(人災)의 측면이 있었다.

'간헐적 rpm 이상'도 결함 여부를 떠나 대응에 아쉬움이 남는다. 같은 말이라도 '이러이러한 여러 방식으로 결함 가능성을 찾아봤으나 당장은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함께 찾아본 후 그래도 발견하지 못하면 다시 방문해 달라'는 식으로 친절히 대했다면 어땠을까. 오히려 충성 고객이 된 박모씨를 상상하는 건 너무 낙천적인 생각일까.

이 건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 버렸다. 그러나 모든 자동차 회사가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인다면 불필요한 갈등은 줄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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