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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들도 "인문학의 위기"… 학생 수 줄고 과목 폐지 잇달아

2013-11-08 2128
Sundance

미국 스탠퍼드대에 개설된 '디지털 시대의 고전 교육' 강의에서 대학원생들이 '랩지니어스' 웹사이트를 활용해 18세기 소설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모습. 뉴욕타임스 홈페이지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사립명문 스탠퍼드대 인문학 교수들은 르네상스 시대 프랑스 문학과 언어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등으로 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과학계열 교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혜택과 대우를 받는 이들에게 유일하게 부족한 것은 학생들이다.

스탠퍼드대 인문계열 교수진 비율은 전체의 45%에 이르는데 반해 학생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스텐퍼드대의 명성을 감안한다면 최고 인기 과목이 컴퓨터공학이고 전공 인기순위 5위 안에 인문계열이 없다는 점은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이 미국 내 거의 모든 대학에서 심화하고 있어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공립대학에서는 인문계열 정원을 줄이는 일도 허다하다. 펜실베이니아주의 에딘보로대는 지난 9월 학생들의 수강빈도가 낮은 독일어와 철학, 그리고 세계 언어와 문학 과목들을 폐지했다.

명문대학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버드대에서는 지난 10년간 인문계열 학생 수가 20% 정도 감소했으며, 인문계열 학생 다수가 다른 분야로 전공을 바꾸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1970년대 전체의 14%였던 미국 대학 내 인문계열 전공자 수가 최근 절반인 7%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연방정부 자료를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프린스턴대의 역사학 교수인 앤서니 그래프턴은 "얼굴이 점점 작아지는 신문 삽화의 캐릭터와 같은 느낌을 종종 받는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대학도 적지 않다. 프린스턴대는 인문계열 학생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고등학교 학생 대상의 여러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시하고 있다.

스탠퍼드대에서는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고전 교육'이라는 강의를 듣는 대학원생들은 18세기 소설에 관한 연구에서 연가(戀歌)와 운문(韻文) 등이 처음 나온 시기를 찾기 위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뒤지는 한편, 제이 지(Jay-Z)나 에미넴 등 유명 래퍼들이 노래에 주석(footnote)을 달 때 사용하는 '랩지니어스'(Rap Genius)라는 웹사이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대학들이 자금 조성의 심각한 불균형 탓에 과학과 인문계열간 조화를 이루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NYT는 지적한다. 펜실베이니아대의 존 트레시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스템'(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 Math) 분야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생산성이 이들 분야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연방정부의 지원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레온 보트스타인 바드컬리지 학장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인문학 연구가 가치 및 갈등의 이슈, 철학적 질문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능력이 과학자와 공학자, 그리고 사업가들에게도 필수적이라는 것 역시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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