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학 박사 43% "귀국 않겠다"
국비생도 절반이 기피…"교수·연구소 안될바엔 차라리 미국에서 취업"
◆ 한국 떠나는 외국인 연구인력 (下) ◆
미국 유명 공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A씨(41)는 6년째 미국 여러 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포스트닥터)'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교수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A씨는 "한국에서 교수직을 얻으려면 인맥, 학연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말 뛰어난 결과를 얻은 박사 몇몇을 제외하고는 교수 자리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원하는 자리가 날 때까지 포스트닥터 생활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A씨처럼 미국에서 유학 후 귀국을 꺼리는 한인 과학자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이공계 대학원생과 학부생 해외 유출자 수는 2008년 2만9097명에서 2009년 3만2662명, 2010년 3만4629명에 이어 2011년 3만6914명으로 4년간 총 13만3302명이 국내를 빠져나갔다. 3년 새 유출자가 26.9% 증가한 것이다. 미국과학재단(NSF)의 2010년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이공계 대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인 연구원 중 미국 내 체류를 희망한 비율은 1996~1999년 30.4%에서 2004~2007년 43.1%로 높아졌다.
한국연구재단과 NSF의 통계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한국인 수는 1400명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복귀한 박사 수는 700명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현상은 국비 유학생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립국제교육원 자료에 따르면 2004~2013년 정부 장학금을 받아 미국 등 48개 국가로 유학을 떠난 국비 유학생 434명 중 247명(56.9%)이 현재 외국에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학금 지급 기간이 끝난 2004~2009년 선발자 223명 중 107명(48%)이나 국내로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이들이 한국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상명하복의 군대식 기업 문화, 자녀 교육, 금전적인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4년째 포스트닥터 생활을 하고 있는 B씨(35)는 "대기업에 취업하려고 외국 유학까지 하는 학생들은 찾기 힘들다"며 "대부분 교수나 정부 연구소 취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굳이 어렵게 유학까지 끝내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일이 많은 대기업 연구직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미국 유명 공대에서 박사 과정 중인 C씨(31)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자녀 교육이나 업무의 자율성, 근무 강도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에 남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