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법정 스님은 2010년 3월 11일 입적하셨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고 설법(說法)한 석가모니는
"전생에 수 없는 반복을 통해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고,
몇 만 겁(劫)의 인연을 거쳐야 현생에서 한 번의 스침이 있다"라고 하였다.
불가(佛家)에서는 인연(因緣)에 대해
"집체만 한 바위가 있는데 비가 오면 처마밑으로 흐르는 물방울이
바위의 한 지점에만 떨어져서
물방울들이 바위를 뚫는 시간을 겁(劫)이라 하는데
겁(億劫)의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만날 수 있는 게 인연"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석가모니께서 인연을 설(說) 할 때 항하(恒河, Ganges 江)의 모래(沙)에 비유를 하였는데
항하사(恒河沙)를 가리키며 제자들에게 묻기를,
"손으로 쥐어 그 손에 쥔 모래 알갱이의 수가 몇 개이겠는가?"라고 물으니,
제자들은 "무수히 많아 헤아릴 수 없습니다."라고 답하였다고 한다.
다시 석가모니께서 제자들에게
"그렇다면 항하의 모래 알갱이의 숫자는 어떠하겠는가?"라고 묻자
"손에 있는 모래도 헤아릴 수 없이 많거늘
어찌 항하의 모래를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라고
제자들이 다시 답하자 이에 석가모니께서는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조건 또한
이처럼 헤아릴 수 없으니 인연을 귀하게 여겨라."라고 설하였다 한다.
무소유로 생을 마감하시고,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지고 가고 싶지 않다고 유언에 남긴
법정 스님은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라는 글도 남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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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 놓으면
쓸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된다.
인연을 맺음에 너무 헤퍼서는 안된다.
옷깃을 한번 스치는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으려고 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지만
인간적인 필요에서 접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들에 불과하고
그들만이라도 진실한 인연을 맺어 놓으면
좋은 삶을 마련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좋은 결실을 맺는다.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쥔 화투패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음이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대가로 받는 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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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사람과 억지로 친하려 애쓰지 마라.
인간관계가 많다 보면 악연도 생기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을 친구로 만들려는 것보다
나와 통하는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호연을 구하고 악연을 피하는 것이
인간관계를 잘하는 비결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라는
글도 읽은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