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득이되는 인간의 은밀한 본성 4가지 .. [2]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패턴 3. 현상 유지 편향
서울시가 버스 중앙 전용 차선제를 도입한 지 6년이 지났다. 2009년 7월 발표한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이 제도를 도입한 뒤 버스의 평균 시속은 빨라졌고, 버스 이용객도 20%가 넘게 늘었다고 한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버스 중앙 전용 차선제가 실제로 도움을 줬고, 시민들도 이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04년 이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 시민들은 크게 반대 했다.
이처럼 우리는 아무리 도움이 되는 변화라 해도 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기존 현상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행동 패턴을 현상 유지 편향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보다 쓰기 편하게 개선된 프로그램 체제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최신형 프로그램 보다 익숙해진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귀찮은 마음이 우리를 한 자리에 머물게 하는 셈이다.
▶ 현상 유지 편향 이용법: 기본 설정을 원하는 대로 해둔다!
스페인은 다른 나라보다 뇌사자 장기기증 비율이 높기로 유명하다. 이는 현상 유지 편향을 긍정적으로 활용한 스페인 정부의 지혜에서 비롯된 결과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누군가 뇌사 상태에 빠지면, 생전에 장기 기증을 하겠다고 표현하지 않는 이상 장기 기증을 하기 어렵다. 반면에 스페인은 생전에 별도의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뇌사 상태에 빠졌을 때 장기 기증에 동의하도록 기본 설정을 해뒀다. 휴대폰을 사면 기본 설정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듯, 장기 기증에 동의하는 상태를 기본 설정으로 만들어 기증 비율을 높인 것이다.
기업도 현상 유지 편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패턴을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욱 많이 판매 할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료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해보게 한 뒤 몇 개월 뒤 유료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특히 한번 가입하면 장기간 사용하게 되는 성격의 제품이나 서비스라면 기본 설정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패턴 4. 프레이밍 효과
담배를 즐겨 피우는 카톨릭교의 신부 A, B가 있었다. 두 신부는 어찌나 담배를 좋아했는지, 기도를 하면서도 담배를 피우고 싶어했다. 그렇다고 몰래 피우고 싶지는 않았던 두 신부는 주교에게 허락을 받기로 결심한다. 먼저 A 신부가 주교를 찾아가 물었다. “주교님, 기도하는 동안 담배를 피워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A는 허락을 받지 못했고 기도하는 동안 담배를 참아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설득을 했는지 B 신부는 주교의 허락을 받고 기도하며 담배를 피우게 됐다. 과연 B는 어떻게 허락을 얻어냈을까? “주교님, 제가 담배를 피우는 동안 기도를 해도 되겠습니까?” 이 한마디가 바로 B 신부가 주교에게 허락을 받은 질문이었다.
이처럼 사람들은 똑같은 상황을 어떤 프레임을 통해 인식하느냐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한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같은 상황에 똑같이 행동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행동패턴을 프레이밍 효과라고 부른다. '세금 폭탄'과 '퍼주기 식 대북 지원'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자. 이러한 단어들은 정치권에서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프레임을 사용해 상대 정당의 정책을 반대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은 부정적인 프레임에 넘어가,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살펴보지도 않고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상황 자체보다 상황을 보는 관점인 프레임에 좌우돼 비합리적인 선택과 행동을 하기도 한다.
▶ 프레이밍 효과 이용법: 놀이의 프레임으로 유혹하라!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프레이밍 효과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허클베리 핀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 톰은 개구진 장난으로 자주 벌을 받았다. 한번은 집 전체 울타리를 페인트 칠 하라는 벌을 받은 적이 있었다. 도무지 끝이 안 보이는 일에 풀이 죽어 있던 톰이 꾀를 냈다. 지나가던 친구들이 '또 벌 받느냐'고 놀리자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이다. “벌? 페인트 칠이 얼마나 재미있는 놀이인데.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야. 네 보물을 준다면 한번쯤 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 톰은 자신이 받은 벌을 놀이로 바라보도록 만들어 친구들이 울타리를 전부 페인트 칠하게 만들었다. 기업도 이를 활용해보면 어떨까.
2004년 실리콘 밸리 도로와 기술 잡지에 어려운 수학 문제 하나가 덩그러니 걸려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광고나 마케팅이 아닐까 궁금해했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사실 구글연구소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걸어 둔 문제였다. 구글연구소는 이 문제를 푼 사람들에게만 자신의 인재 채용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게 했다. 창의성이 뛰어나면서도 순수 수학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인재가 필요한 구글연구소가 놀이의 프레임을 활용해 자신에게 딱 맞는 인재를 찾아낸 것이다. 또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신입 직원들이 딱딱하게 여길 수 있는 기업 OT를 게임을 통해 풀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어렵거나 지루해 보이는 일들을 놀이의 프레임을 활용해 바라보게 하면 어떨까.
최고의 구두장이가 되려면?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구두장이가 되려면 구두를 잘 만드는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E. F. Schumacher)는 구두를 잘 만드는 지식보다 먼저 사람의 발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사람의 본성에 대해 연구한 행동경제학이 중요한 이유를 이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