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미국의 집값 폭등과 노숙자 대란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인분이 널린 이유: 내재적 접근
자, 그럼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왜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길거리에 사람 똥이 널렸을까? 그야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똥을 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길거리에 똥을 쌀까? 답은 간단하다. 쌀 데가 없어서다. 똥을 쌀 공공화장실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공공화장실은 턱없이 부족하고, 마천루 빌딩의 화장실은 노숙자를 반기지 않을뿐더러 출입도 허용하지 않는다. 십분 아량을 베풀어 노숙자들이 빌딩의 화장실을 이용하게 한다고 해도 밤이 되면 이용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똥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어떤 명사가 애용하는 내재적 접근을 한 번 해보도록 하자. 노숙자 입장에서….
용변을 보는 행위는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로 보이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용변을 볼 때 아주 제한된 공간에서 은밀하게 처리한다. 그런데도 용변을 길거리에서 버젓이? 그것도 지상 최고의 문명을 자랑하는 나라 미국에서, 더군다나 최고 부자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누구든 볼 수 있는 길거리에서? 도대체 어떤 사정이길래….
안전마약투약소 법제화 서두르는 샌프란시스코
아무리 급해도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용변을 보기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도심의 노숙자들은 스스럼없이 길거리에서 배변 행위를 일삼는다. 물론 여기엔 공짜로 제공되다시피 하는 마약이 한몫을 한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부정하고픈 사람에게, 전혀 제정신이고 싶지 않을 이에게 마약만 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똥 더미 곁에 널브러진 마약 주사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관련 기사 : <비즈니스 인사이더> 9월 20일 자 '"San Francisco's dirtiest street has an outdoor drug market, discarded heroin needles, and piles of poop on the sidewalk"')
오죽했으면, 샌프란시스코시는 연방법이 금하고 있는 '마약투약소'(safe injection site)까지 만들 궁리를 했을까. 거기다 '안전'이란 수식까지 붙여서 말이다.(☞ 관련 기사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10월 2일 자 '"SF resumes push for drug injection site after judge's ruling"')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세상에 마약만큼 위험한 게 어디 있을까. 그런데 그 마약을 간호사 앞에서 공짜로, 그것도 깨끗한 주사기까지 제공하며 투약하게 한들 과연 '안전'할까.
'산송장들의 땅'(the land of the living dead)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은 노숙자들의 똥으로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그보다는 돌려쓰는 마약 주사기로 인한 에이즈나 간염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마약투약소'를 만들려고 한다니, 말문이 막힌다. 미국의 대도시는 정말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는 또 샌프란시스코시의 노숙자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도심 곳곳에서 수시로 발견되는 똥과 똥냄새, 그리고 그 주변에는 주사기가 널브러져 있다. 코를 막고 지나다닐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을 매일 목격하며 사는 주민들에게 이 같은 상황은 지옥과도 같다.
한 주민은 <뉴욕타임스> 기자와 인터뷰에서 "여기는 산송장들의 땅" 말했을 정도다. 산송장들의 땅. 서양식으로 말하면 좀비들의 땅. 이제 그곳은, 샌프란시스코시 보건 당국자 고든(Rachel Gordon)이 충고하는 것처럼 "숨 쉬는 것을 참아야만 하는 곳"이 되었다.(☞ 관련 기사 : <뉴욕타임즈> 2018년 10월 8일 자 '"Life on the Dirtiest Block in San Francisco"') 그러니 도시가 사라진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노숙자 증가 원인: 집값 폭등
결국 노숙자가 문제다. 그럼 그 많은 노숙자들은 대체 어떻게 양산된 것인가? 그 답을 하기 전에 이쯤에서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집값이 오르면 마냥 좋기만 한 것일까? 통상 집을 가진 이들이라면 '그렇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결코 아니다. 집값이 오르면 덩달아 물가도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당연히 인건비도 오른다. 이 같은 고리가 그냥 순환하는 것이 아니고 악순환을 한다. 결국 저임금 노동자들과 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집을 가진 이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로 피해를 보게 된다.
저임금 노동자들과 서민들의 경우, 그깟 최저임금 조금 오르면 뭐 할까. 물가 앙등(昻騰)으로 생활비는 더 들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집을 사기는커녕 월세 살기도 빠듯해진다. 월세는 집값 상승 대비 함께 오르게 돼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월세를 내고 나면 살길이 막막해진다. 그야말로 생활이 아닌 생존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저임금 노동자들과 서민들은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수밖에 없다. 월세가 도심에 비해 저렴한 도시 밖으로 나가든지, 아니면 도시 안에서 노숙자가 되든지. 도시 밖으로 나갈 경우, 허드레 일자리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그 경우 출퇴근은? 인생은 그렇게 막장이 된다.
노숙자들이 원래부터 배우지도 못하고 게으르기까지 한 별 볼 일 없는 하층민 아니냐고? 오해하지 마시라. 천만의 말씀이다. 치솟는 집값과 임대료의 상승은 심지어 동부지역 명문인 예일대 졸업생까지 한순간에 노숙자로 전락하게 만든다.(☞ 관련 기사 : CNN 9월 18일 자 '"He was a Yale graduate, Wall Street banker and entrepreneur. Today he's homeless in Los Angeles"') 노숙자 대부분은 집값이 오르기 전에는 그야말로 필부필부(匹夫匹婦)였다. 결국 노숙자 문제는 서민들의 문제다.
엔리코 모레티(Enrico Moretti) 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값이 10% 상승할 때마다 식당 등을 포함한 지역 소비 물가는 6% 증가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집값의 중간값(the median home price)이 2012년 이래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관련 기사 : <뉴욕타임즈> 2018년 6월 25일 자 '"San Francisco Restaurants Can't Afford Waiters. So They're Putting Diners to Work"') 샌프란시스코는 최첨단 기술 기업들이 자리했다는 이유로 주택 수요가 높다. 그에 따라 집값이 대거 상승했다. 집을 소유하지 못하고 임대를 해야만 하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내 집 마련의 꿈'은 갈수록 요원해진다. 또한 지금 살고있는 집의 월세 상승을 위협받게 된다. 왜?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최저임금이 2014년 시간당 10.74달러에서 2018년 7월 15달러로 상승했다. 그러나 집값 상승에 따른 임대료 상승, 그리고 생활비의 상승은 시급 상승을 한껏 비웃을 뿐이다. 부동산을 잡지 않는다면, 찔끔 오른 소득으로는 그 어떤 의미도 없다.
1명이 집 살 때 3명이 노숙자 된다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사무소 소장인 제이미 알만자(Jamie Almaza)의 말을 들어보면, 이 지역의 주거 불안정성이 얼마나 심화됐는지 알 수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알만자는 샌프란시스코 시에서 1명이 집을 갖는 동안 2명의 노숙자가 탄생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8월에 열린 토론회에서 그는 1명이 집을 가지면 이제는 3명이 길거리 노숙자가 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폭스뉴스> 8월 20일 자 '"California homeless crisis: San Francisco tackles costly waste problem with 'poop patrol"')
샌프란시스코시가 기존 방식으로 집계한 노숙자 수는 올해 8011명으로, 2017년에 비해 17%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로운 기법으로 집계한 결과 노숙자 수는 올해 1만7595명으로, 2017년에 비해 30%가 늘어났다. 기존 방식으로 집계한 노숙자 수의 두 배가 넘는다.(☞ 관련 기사 : <뉴욕타임즈> 11월 19일 자 '"San Francisco's Homeless Population Is Much Bigger Than Thought, City Data Suggests"')
'비등점'에 이른 로스앤젤레스 노숙자
로스앤젤레스의 노숙자 문제는 샌프란시스코보다 더 심각하다. 작년에 대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광역)에서 12%(5만8936명)가 늘었으며, 로스앤젤레스시만 보면 16%(3만6300명)나 증가했다.(☞ 관련 기사 : <뉴욕타임즈> 6월 5일 자 '"Homeless Populations Are Surging in Los Angeles. Here's Why"') 또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인근 오렌지카운티에서는 43%가 증가했다.(☞ 관련 기사 : <폭스뉴스> 6월 26일 자 '"California mayor says high cost of living is root of homeless crisis"') 실제 노숙자 수는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폭스뉴스>는 로스앤젤레스의 노숙자 문제가 이제는 '비등점'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노숙자 문제가 이처럼 극단적으로 악화된 이유로 집값 상승을 지목했다. 로스앤젤레스 시민단체 소장 엘리스 뷰익(Elis Buik)은 <뉴욕타임즈> 인터뷰에서 "우리의 주택 위기가 곧 노숙자 위기"라고 정곡을 찔렀다. 더도 덜도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멀쩡한 서민들을 노숙자로 만든 주범이 바로 '거주부담능력'(housing affordability)이라는 것이다. 거주부담능력이란, 주택 구입 부담 능력이 아닌 월세 감당력을 말한다. 로스앤젤레스 노숙자담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월세 중간값을 내고 방을 얻으려면 적어도 시급을 47.52달러(약 5만 원)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최저 시급은 14.25달러(약 1만5000원)이다. 임금으로는 살인적인 거주 비용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렇다 보니, 많은 수의 시민들이 노숙자로 길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바보야, 문제는 부동산이야!
미국의 전통적인 대도시가 사라져 가는 이유를 어느 정도 파악했으리라 생각한다. 서민이 살지 못하는 도시, 중산층이 몰락하는 도시는 무늬만 도시일 뿐 진짜 도시가 아니다. 몇십 명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쫓겨나 길거리에서 노숙해야 하는 곳이 어떻게 사람이 사는 도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노숙자의 퇴치(?)를 위해서는 치솟는 집값과 임대료를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미국 대도시의 노숙자 문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샌프란시스코처럼 '똥 순찰대'를 고용해 똥을 치우고, '안전마약투약소'를 설치하는 것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왜냐하면 미국 도심의 집값을 상승시킨 주범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실마리를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소도시인 라구나 힐스(Laguna Hills) 시장 돈 세지위크(Don Sedgwick)의 말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이 문제를 쟁점화 시켜야 한다. 수 킬로미터에 걸친 노숙자 행렬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것도 한때는 그들도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 가려 했던 멀쩡한 이들로 우리의 이웃이었다는 점에서 가슴이 미어진다. 그러나 정말 환장하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이 문제의 근원에 캘리포니아의 천정부지로 치솟은 살인적 거주 비용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을 문제 삼지 않고 외면한 바로 그 자유주의적 정책들이 캘리포니아의 노숙자 문제를 키워온 원흉이다"(☞ 관련 기사 : <폭스뉴스> 6월 26일 자 '"California mayor says high cost of living is root of homeless cr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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