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강쇠와 옹녀가 같이 산다면 ...
시도 때도 없이 후끈 달아올라 조금 전에 했는데 또 하고 싶어 미칠 것 같거나 매일 하는 걸로는 만족이 안 된다면 어떨까? 인터넷 채팅을 하면서 흥분을 하든지 포르노를 보면서 자위행위라도 해야 하거나, 아내에게 집 안에서는 옷을 벗고 지내게 하면서 낮이고 밤이고 닥치는 대로 잠자리를 요구해 모멸감을 주고 육체적 무리를 주면서 병원신세를 지게 해 폭발 직전이라면 섹스중독(sexual addict)이 맞다.
매일 섹스를 하는 사람이 과연 섹스중독자인지, 성적으로 왕성한 사람인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대부분은 성적 에너지가 넘치거나 성욕이 남들보다 조금 많을 뿐이라고만 생각하지 스스로 중독을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다. 예전부터 성적 욕구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서 많은 여자들과 성관계를 갖는 남자를 변강쇠라고 하고, 여자는 옹녀라고 했다.
국내에도 섹스중독증 환자가 5%나 되고, 그중 여성이 30%다. 한 여자를 정복하면 다른 여자를 찾아 나서거나, 맺어질 수 없는 파트너에게 죽자 사자 매달리거나, 강박적으로 자위에 몰두하거나, 동시에 여러 사람들과 성관계를 맺는 타입 등 다양하다.
수전 나단 코넬대 교수에 의하면 섹스중독자들은 성행위 뒤 죄의식을 느끼면서 나빠진 기분을 다시 섹스로 푸는 섹스중독의 악순환에 빠진다고 했다. 섀리 크리스 메릴랜드대 교수는 섹스중독자들은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섹스를 갈망한다고 했다. 성중독증 환자는 섹스를 통해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증, 열등감 등을 해소하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가 되기 일쑤다.
빌 클린턴, 타이거 우즈, 엘비스 프레슬리와 같이 유명한 사람들이 자신의 섹스 스캔들이 폭로됐을 때 받게 될 피해나 사회적 파장을 의식했겠지만 스스로 통제가 안 됐던 게 비슷한 맥락이다. ‘내 안의 악마’라고 표현한 클린턴이 백악관 내에서의 섹스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면서도 욕구를 채운 것은 실수가 아니라는 얘기다. 호텔 종업원을 성폭행하려 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가정부와 놀아난 아놀드 슈왈제네거, 섹스는 항상 엄습해오는 파도와 같다던 커크 더글라스, 독재권력에 대한 국내외 압력에 시달리던 사담 후세인, 하룻밤에 100명 이상의 로마 귀족을 상대로 변태적인 성행위를 한 클레오파트라, 이 여자 저 여자를 건드리고 책임 안 지는 돈 후안이나 카사노바, 히틀러도 알고 보면 이 병에 걸린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런 희한한 병에 걸릴까? 성적인 욕구의 밑바닥에는 어린 시절의 억압적인 환경이나 애정 결핍과 갈망이 깔려 있다.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으나 명성이 높아질수록 긴장과 압박, 고독을 느끼며 누군가와의 친밀감을 갈구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섹스에 탐닉하게 되는 것이다.
신체적인 원인에 의해 섹스중독이 유발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마틴 카프카 박사는 뇌의 전달물질 이상으로 세로토닌 수치가 떨어지면 성적 흥분이 높아져 섹스중독을 초래한다고 했다. 성행위나 사정을 할 때 엔도르핀이나 엔케팔린 같은 물질들이 분비돼 성적 환상을 강화하기 때문에 자꾸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럴 때 배우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섹스중독은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되기 때문에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대신 환자를 어여삐 여겨서 애정표현을 자꾸 해주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흘러넘칠 때까지 퍼부어 주면 어떨까. 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옆에 있으면 지칠지도 모른다. 어쩌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