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이름' 어떻게 짓나? 교황 선출된 사람이 직접 정해
성인·전임 교황의 이름중 선택
"브라질의 클라우디오 우메스 추기경이 나를 안고 입맞춤하면서 '가난한 사람을 잊지 말라'고 말하는 순간, 가난한 이를 생각하니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떠올랐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지난 3월 16일 기자회견에서 교황명으로 프란치스코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새 교황은 교황명을 통해 13세기 성 프란치스코처럼 가난한 자들과 고통을 함께하면서 교회를 영성으로 부활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란치스코란 교황명은 여러모로 기막힌 선택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교황은 이탈리아 수호성인인 성 프란치스코를 자신의 교황명으로 선택함으로써 아르헨티나인이란 지역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바티칸이 자리잡고 있는 이탈리아 국민들의 호감을 단박에 얻어냈다. 아시시는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재위기간 1978∼2005)가 1986년 첫 대규모 종교 간 대화를 개최했던 곳이란 점에서, 이슬람 등 타종교계로부터 긍정적인 반응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교황이 밝힌 대로 교황명은 콘클라베에서 교황으로 선출된 사람이 직접 정한다. 이름은 대부분 성인, 존경하는 전임 교황들 중에서 선택한다. 가문의 성을 라틴어로 바꾸거나, 콘클라베에서 교황으로 선출된 날이 축일인 성인 이름을 따서 짓는 경우도 있다.
첫 교황 베드로 이후 약 1000년간 교황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의 세례명을 그대로 썼다. 교황으로 선출된 후 이름을 바꾼 첫 번째 사례는 요한 2세(533∼535)다. 메르쿠리우스란 본명이 이교도적이었기 때문에 요한으로 바꿨던 것. 하지만 콘클라베에서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교황명을 정하는 전통이 자리잡게 된 것은 클레멘스 2세(1046∼1047) 때부터이다.
교회 역사상 가장 많이 선택된 교황명은 요한으로 21명이다. 요한 23세까지 있지만 이른바 '대립교황'이었던 요한 16세(997∼998)를 제외하고, 요한 19세에서 바로 21세로 건너뛰었기 때문에 23명이 아니라 21명이다. 이 밖에 그레고리오 16명, 베네딕토 15명, 클레멘스 14명, 레오와 이노첸시오 각 13명, 비오 12명 순이다. 성자 두 명의 이름을 함께 쓴 경우는 요한 바오로 1세(1978년 8∼9월)와 2세밖에 없다. 베드로란 이름은 초대 교황만 사용한다.
13일 제266대 교황으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아르헨티나 추기경이 선출된 후, 한때 교황명의 표기를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프란치스코와 프란치스코 1세 중 어느 쪽이 정확한지 헷갈렸던 것.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명을 처음 사용하는 경우에는 번호 표시를 붙이지 않기 때문에 프란치스코가 맞다고 정리했다. 후대에 프란치스코란 교황명을 또다시 선택하는 교황이 나온다면 프란치스코 2세로 불리게 되며, 현 교황 프란치스코는 그때 가서야 1세로 칭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