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300억 번 '보람튜브' 내사하고…허 찔린 국세청
국세청은 지난해 유튜버 '보람튜브' 운영법인을 은밀히 살펴봤다. 보람튜브는 키즈 유튜버계 '원톱'으로 꼽히는 보람이와 그 부모가 사실상 운영법인 주체인 가족기업인데, 2018년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성실납세 규모가 당국 예상에 상당히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당국은 그러나 보람튜브 주인공인 보람이가 아직 유아 수준의 미성년자라는 사실과 지난해 기준 구독자수 3100만명을 넘긴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유튜버라는 상징성 때문에 실제 조사 착수를 두고서는 고민을 거듭했다.
먼저 이들 가족의 탈세가 입증될 경우 사회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우려했다. 여기에 미성년자를 앞세운 업계 1위의 모럴헤저드가 알려지는 것은 이제 막 피어난 1인 미디어나 크리에이터 시장을 얼어붙게 할 사건이 될 수 있었다.
세무당국 낌새 알았나…조사직전 자진납세
보람튜브는 최신 어린이 장난감을 보람이가 직접 체험해보는 ‘보람튜브 토이리뷰’와 보람이 일상이 담긴 ‘보람튜브 브이로그’ 등 크게 2가지 채널로 운영됐다. 양 채널 모두 전세계 구독자가 1000만명대를 넘어섰기 때문에 이들 영상을 제작하는 ‘보람패밀리’라는 주식회사는 한 달 최대 유튜브 광고수익이 40억원을 넘기기도 했고, 2018년 수익만도 300억원 전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람패밀리에 대한 국세청 조사는 사전 단계에서 실제 요원 투입 직전에 납세자 경정신고로 인해 이뤄지지 못했다.
경정신고는 세금납부 의무를 진 개인이나 법인이 통상 절세 포인트를 뒤늦게 깨닫고는 자신이 이미 낸 성실신고 목록을 수정해 미리 납부한 세금을 환급받는 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보람패밀리 경우에는 오히려 추가적인 세금을 자진해 납부하는 성실신고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세무사정의 칼을 빼내려던 당국이 머쓱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보람패밀리 정보 수집역량 탁월해…유튜브 정책도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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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튜브는 지난해 세무 문제가 아니라 강남 건물 매입 이슈로 사회적인 관심을 끌어모았다. 이 회사가 지난해 7월 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빌딩을 약 95억원에 매입하면서 수익원에 대한 국민 관심이 폭발한 것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람튜브가 세계적인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돼 상당한 수익을 올리다 보니 부모가 최상급 세무 정보 조력자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세청 사전분석 사실이나 유튜브 본사 '아동 영상' 분류 정책 등을 미리 감지하고 기민하게 대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람패밀리가 건물을 구입한 이유에 대해서도 돈을 많이 벌어서 건물을 사들인 것이 아니라 차후 수익이 끊길 것에 대비해 미리 다른 현금흐름을 만들어둔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유튜브는 지난해 미성년자를 내세운 부모들의 컨텐츠 제작 붐이 일어날 기미를 보이자 연말부터 아동 전용 분류 정책을 내세워 4개월간 조정 기한을 주고 올해 초부터는 광고수익 분배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한 달에 100만뷰 5개 만들면 1000만원씩 벌어
국세청 조사국은 결과적으로 보람이를 놓친 꼴이 됐다. 하지만 제2의 보람이를 자처하는 1인 크리에이터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국내에 구독자수 10만명 이상을 확보한 채널수는 2015년 367개에서 2017년 1275개로 4배 가까이 증가했고, 지난해엔 그 숫자가 3720개로 다시 3배 정도가 됐다.
올해 5월 기준 10만명 이상 구독자 유튜버는 국내에만 4379명이다. 구독자를 10만명 넘게 확보해 본인이 올리는 영상마다 이른바 100만뷰가 달성되면 조회수당 약 4원씩, 비용 등을 제외한 크리에이터 수익으로는 2원씩 약 200만원이 분배된다고 한다. 100만뷰 짜리 영상을 한 달에 5개만 만들어도 월 수익이 1000만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보람이가 1700명 MBC 추월"
국내 광고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4조원 수준이다. 방송 광고시장은 이 중에서 3조4000억원 정도인데 이미 4조원대를 돌파한 1인 미디어 시장에 추월당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1인 미디어 시장은 약 5조20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비해 방송 광고는 코로나19 타격을 받아 3조원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문 등 인쇄 광고시장은 지난해 2조2000억원 정도에서 올해는 더 쪼그라들 것으로 우려된다. 유튜브 등이 기존 신문사나 방송사를 몰아내는 특이점이 지난 1년을 전후로 생성된 것이다.
이미 이런 움직임은 방송사 내부의 자성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MBC 노동조합이 자사 경영진을 비판하는 성명을 통해 "7월 25일 하루 MBC 광고 매출은 1억4000만원으로, 임직원 1700명 지상파 방송사가 여섯 살 이보람 양 유튜브 방송과 광고 매출이 비슷해져 생존 위기가 닥쳤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유튜버 조사는 시험적, 올해부터 전면사정
국세청은 24일 이런 유튜버들에 대한 소득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선포했다. 당국이 판단한 1인 크리에이터 온라인 플랫폼은 약 4개다. 복수응답 기준(DMC미디어, ’18.10월)으로 유튜브(94.1%)가 가장 많고, 인스타그램(36.2%)과 페이스북(28.5%), 아프리카 TV(21.7%) 등의 순서다.
정부는 올해 5월 11일 기준 고소득 1인 미디어(구독자수 10만명 이상)가 4379개라고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사실상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 영향력이나 시장 전체 규모가 올해부터는 기존 신문과 방송시장을 합한 것보다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시장 내에서 탈세를 저지르는 이들에 대한 사정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다다른 셈이다.
국세청은 이미 지난해 유명 아프리카 BJ(방송 진행자)인 박모씨를 세무조사해 소득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여성 BJ인 박씨는 우월한 미모를 앞세워 명품 핸드백 등을 리뷰하는 컨텐츠를 만들고 약 20만명 팔로워(구독자)를 보유했는데, 유튜브 등으로부터 받은 해외수익 중 1만 달러 이하 소액들을 신고하지 않아 소득세를 탈루하다가 적발됐다.
당국 관계자는 "고소득 유튜버에 대한 지난해 당국 조사가 내부적으로는 시험적인 수준이었고, 외부적으로는 성실납세를 유도하려는 경고 수준이었다면, 올해부터 시작되는 조사는 이 시장 주축인원에 대한 전면 대응이라고 보면 된다"며 "1인 미디어 시장이 이미 기존 언론을 추월할 정도로 성숙했기 때문에 자정 노력은 물론이고 외부감시와 사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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