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탑과 바벨탑
아프리카의 들판을 지나다 보면 초원곳곳에 흙더미 같은 것들이 눈에 띈다. 자연물인지 인공물인지, 용도가 무엇인지 파악이 안되는 신기한 흙더미들… 그 정체는 바로 개미집이다. 보통1-2미터 높이인데 가끔 4미터 정도 꽤 높은 것도 있다. 개미들이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는 큰 규모이다.
개미탑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표면에 구멍들이 뚫려있는데 이는 실내와 연결된 통로이자 실내 온도 조절을 위한 통풍구이다. 사실 개미의 생활공간은 지하 동굴이고 땅위로 솟은 탑은 굴뚝인 셈이다. 이 굴뚝을 통해 아프리카의 뜨거운 온도와 수백만 마리의 개미들이 만들어내는 열기를 실외로 배출하여 실내 온도를 시원하게 유지한다.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간다’는 자연의 법칙을 활용한 과학적인 건축물인 셈이다.
짐바브웨의 이스트 게이트 쇼핑센터는 개미탑의 원리를 모방한 최초의 자연냉방쇼핑몰로 알려져 있다. 인간을 가르친 개미의 위대함이라니…
BC 6세기 바벨론으로 잡혀간 이스라엘 백성들… 황량한 광야를 지나 눈앞에 나타난 도시의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이다.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싼 철옹성의 도시, 고대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화려한 공중정원, 무엇보다 하늘 높이 치솟은 바벨탑의 위용… 인간의 솜씨라고 믿기 힘든 장엄함에 넋이 나가고 심장이 쪼그라들었을 듯하다.
사실 바벨론의 오래 전 선조들도 이런 거대한 도시와 탑의 건설을 시도한 적이 있다. 선진 자재와 뛰어난 기술로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을 하나로 엮어 널리 이름을 떨치려던 그들의 계획은 그러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포로 이스라엘이 목격한 바벨탑은 옛 탑의 무너진 영광을 재건하기 위한 후손들의 설욕작이다. “탑의 바닥돌이 지하세계의 심장에 닿고 탑 끝은 하늘을 찔러야 한다” 역사가 요세푸스가 ‘반항의 건축’이라고 규정한 위풍당당하던 바벨탑은 페르시아 제국의 침입으로 벽돌 부스러기가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개미들이 쌓아올린 거대한 개미탑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에서 가끔 건축할 장소에 개미탑이 있어서 헐어야할 경우가 있다. 장정 몇명의 몇시간 노동이면 흔적도 없이 허물어진다. 땅 위에서 목이 꺾이도록 올려다봐야 했던 바벨탑, 세계의 중심임을 자처하고 인간의 위대함을 대변하며 하늘을 찌르던 바벨탑, 정작 하늘에서 내려다본 탑의 실체는 어땠을까?
50년 전 인류는 위대한 도약을 했다. 꿈과 낭만의 대명사였던 밤하늘의 주인공, 달나라를 현실의 세계로 끌어온 것이다. 그 덕에 판타지 소설로나 접했던 천체 이야기가 일상으로 들어왔다.
“달을 탐사하러 갔는데 실제로는 지구를 발견했다”는 어떤 이의 고백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새롭게 조명되었다. 천체에서 바라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주는 넓고 별들은 많다지만 인간이 살아갈 완벽한 조건을 갖춘 곳은 지구가 유일하다. 그러나 그 지구도 우주에서 바라보면 엄지손가락 뒤에 가려지는 작은 공이라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실체이다.
천체에서 바라본 바벨탑… 지구라는 작은 공의 한 귀퉁이 점으로 찍힐 수나 있었을까? 한 점 존재도 안 되는 탑을 자랑하며 천하를 호령하려던 인간의 허황됨이라니… 그러고 보니 개미탑은 진실된 삶의 공간일 뿐 과시나 허영이 깃들지 않았다. 인간이 개미에게 배울 것이 개미탑의 자연 냉방시설만은 아닌가보다.
source : 158016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