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 준비 단계에서 범하는 실수들
사람들은 숱한 기회를 놓치고 또 그것을 후회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사람들은 일생동안 무엇을 가장 후회하며 살아갈까?
이 질문에 대해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과 일리노이 대학 공동 연구팀이 성인 남녀 37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사회 심리학과 성격 과학(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저널을 통해 발표했다.
'일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을 조사한 결과, 여자는 사랑과 관련된 일, 남자는 직장이나 성공과 관련된 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응답자의 18%는 "그 때 그 남자를 놓친 것이 후회 된다"거나 "그 때 사랑을 고백했어야 했다"는 식으로 사랑이나 연애에 관한 일을 후회한다고 답했다. 또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후회가 16%로 뒤를 이었고 교육(13%)과 경력(12%)에 대한 후회가 다음을 차지했다.
연구를 진행한 노스웨스턴 대학 심리학과 닐 루즈 교수는 "여자는 남자에 비해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거나 보호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①
시인 에드윈 마컴(Edwin Markham)은 "선택은 운명의 중심이다"라고 말했다.② 이렇듯 우리는 다시 한 번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을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기로에 놓여 있다.
실제 이혼의 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결혼실패의 가장 큰 원인을 '살면서 노력 부족' 이라고 답하기 보다는, 절반에 가까운 남성(43.0%)과 과반수가 넘는 여성(56.5%)이 배우자 선택상의 문제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③ 배우자 선택이 우리운명을 좌우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또는 '그녀'와 내가 왜 잘 안 맞는 걸까? '그' 또는 '그녀'를 만날 때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일까?
온리-유가 비에나래와 공동으로 전국의 재혼희망 이혼 남녀 512명(남녀 각 256명)을 대상으로 전자메일과 인터넷을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④
조사 결과 '초혼 배우자를 정할 때 저지른 가장 큰 실수' 로는 남성이 '내면적 요인의 간과'(28.9%)를 가장 높게 꼽고, 그 뒤로 '외모에 과도한 집착', '너무 특정사항에 얽매였다', '세상물정을 너무 몰랐다' 등을 지적했다.
여성은 '세상물정을 너무 몰랐다'(41.0%)는 의견이 단연 높고, '현실적인 면의 무시', '너무 주변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남의 말을 너무 믿었다' 등이 꼽혔다.
그러면 재혼할 사람들이 준비단계에서 일반적으로 범하는 실수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⑤
① 다시 환상에 빠진다면
▷ 너무 빠른 속도로 관계를 진행 시킨다
결혼정보회사 퍼플스는 교제 중인 초혼·재혼 희망자 각각 100쌍을 대상으로 '초혼과 재혼 희망자 간의 교제방식'에 대한 조사를 했다.
초혼 희망자들 중 81쌍이 첫 만남에서 부터 상견례에 이르기까지 보통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들은 상대방에 대한 면밀한 관찰 후 최소 5회 이상 만난 후 신체적 애정표현이나 선물교환 등의 순차적인 단계를 밟아간다고 응답했다.⑥
하지만 재혼 희망자 100쌍 중 94쌍은 세 번째 이내의 만남에서 스킨십과 결혼 언급 등이 이루어진다고 밝혀, 재혼 희망자들에게 절차나 단계는 초혼 희망자들에 비해 무시되고 파격적인 성향을 보였다.
초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교제 진도가 대표적이다. 첫 만남에서도 상당히 깊은 스킨십을 나눌 뿐 아니라 술자리를 한 후 함께 차를 마신다는 구실로 남성 집으로 직행하는 사례도 적잖다.⑦ 재혼자들의 특징은 처음 만나기가 어렵지만 교제가 일단 시작되면 초혼 때보다 휠씬 빠르게 모든 일을 진행 시킨다는 것이 결혼 커플매니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선 빨리 만나서, 빨리 결혼하고, 빨리 가정을 이루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일이라고 착각해서일까. 그래서 가끔 재혼자들 중에서 '이런 사람을 왜 이제야 만났을까?' 반색하며 한 달도 채 만나지 않은 채 동거부터 하는 사람들이 있다.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성급한 결론은 두 번째 이혼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번 이혼을 했던 사람들은 '해봤었는데, 뭘. 또 만나면 되지'라고 쉽게 이혼을 결정 할 수도 있다.⑧
"흔히 '아홉수다' '부모님이 퇴직하기 전에 해야 한다' 해서 후닥닥 한 혼인일수록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요. 얼떨결에 하는 경우지요. 성급한 결정엔 반드시 함정이 따르게 돼 있어요. 여자 쪽에선 '학벌 좋고 직장이 괜찮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⑨
어떻든 일단 결혼을 결심했다면 부담 갖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재혼을 기정사실화 시킬 필요가 있다.
이제 재혼은 부끄러운 치부가 아니라 하나의 이혼이라는 과거를 치유하는 새 출발이다. 그래서 재혼을 결심할 때 서둘지 말고 '최소한 6개월 이상 만나고, 재혼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서' 함께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성급한 재혼결정전에 깨달아야할 불문율이다.
▷ 다시 사랑에 빠지다
사랑은 가장 본질적인 의미에 있어서는 조건이라는 것들에 대하여 전혀 고려치 않는 것이며 또한 매우 비이성적이다. 그러므로 보다 가슴이 열려 타인에게 깊이 빠져들게 되면, 그 관계가 어떤 모습을 취하게 되든 상관없이 그의 나머지 생애가 온통 그 사랑에 의해 지배당하기 쉽다.⑩ 그래서 상포르는 "두 사람의 남녀가 서로 뜨거운 사랑을 느낄 때에는 그들 사이에 가로 놓인 장애물이 무엇이든 그들은 이미 자연의 이름으로 결합되어 법률과 관습의 테두리 밖에 서 있으며 하나의 신성한 권리를 공유 한다"고 했다.
현실의 모든 조건을 초월하는 듯한 열정적인 사랑의 특성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이런 사랑에 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더더욱 재혼을 생각하고 있었다면 그 열망은 어느 누구보다도 강렬할 것이다.
"내가 당신의 외로움,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 드릴 테니, 걱정 말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나와 함께(=재혼)합시다."
사랑의 열망이 최고조에 도달 했을 때 한 사람이 자신의 파트너에게 결혼을 이끌어 내고자 할 때 쏟아내는, 그래서 연극대사처럼 흔히 쓰는 멋진 말이다.
사랑의 이야기가 처음 시작되는 부분에서 사람들은 쉽게 홀리고 동화된다. 여기에는 재혼을 통해 새롭게 부부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제외 될 리는 없다. 재혼데이트 전 설렘은 미혼 때와 대비해 남성은 '비슷'하나 오히려 여성은 더 크다는 반응이다.
'재혼 데이트를 앞두고 상대에 대한 설렘은 초혼 때와 비교하여 어느 수준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조사 결과이다. ⑪
자세한 남녀별 응답순위를 보면 남성은 '비슷하다'(49.6%), '다소 크다'(28.1%), '다소 적다'(13.1%), '훨씬 더 크다'(9.2%), '훨씬 더 적다'(0%) 등의 순이고, 여성은 '다소 크다'(35.0%), '비슷하다'(29.2%), '훨씬 더 크다'(20.4%), '다소 적다'(8.8%), '훨씬 더 적다'(6.6%)의 순이다.
부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며 늘 함께하며 서로 보호받고 있다는 환상에 대한 향수가 강한 재혼자일수록, 이런 환상은 때로는 약하게 때로는 보다 강렬하게 재생산 되며 다가온다. 이런 환상은 극도의 친밀감을 추구하는데서 비롯된다.
이혼 후 지금까지 늘 혼자였던 지난 시간의 외로움을 생각 한다면 지금 옆에 있는 '그' 또는 '그녀'는 나에게 있어서는 또 한 번 생의 활력을 이끌어줄 소중한 동반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둘은 자신들의 미래와 꿈을 주고받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목마른 열정과 환상을 끊임없이 분출시킨다.
하지만 사랑의 '열정'이 아무런 의심 없이 남녀사이에 긴밀한 관계를 맺어줄지 모르지만 그 관계를 발전시키고 관계를 안정시키는 데에는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⑫
상대방은 아주 이상적이고 완벽하며, 자신들이 만든 부부관계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재혼의 현실에서 어두운 면이 보이거나, 상대방이 쏟아 부었던 것을 조금이나마 다시 거두어들이려 할 때 대부분의 부부들은 견딜 수 없는 순간을 맞게 된다.⑬
그리고 사랑의 동화단계에서는 아직도 어느 한사람은 이혼의 상처와 아픔의 치유가 되지 않고 건너뛴 채, 즉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재혼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서두를 수 있다.
재혼의 열망이 너무 큰 나머지 이 부분이 소홀히 처리 되는 것이다.
▷그 또는 그녀의 꿈과 비전을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생활은 단순한 물리적 시간의 연장만은 아니다. 히피족처럼 단순히 동거생활만을 의미 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결혼생활에서 긍정적인 비전을 함께 나눈다면 그 긍정적 비전은 그들에게 힘이 돼 준다.
특히 재혼은 낭만적 감정이전에 실용적 측면의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는 결혼의 한 형태이다. '그' 또는 '그녀' 가 왜 재혼에 나서는지 그 동기를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서로가 공감 할 수 있는 꿈과 비전은, 그들 부부관계에 대해 자신감과 낙관적 태도를 갖게 해주며, 그것에 힘입어 그들은 상호 지지하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서로를 대하게 된다.
사랑은 서로 탐닉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고 넓혀 나가고자 하는 바람, 그리고 상대방 역시 그렇게 되길 바라는 바람에서 시작된다.⑭
그러므로 재혼 전에 두 사람이 서로가 기대하는 바와 그 한계에 대해서 충분히 대화를 나눔으로써 현실과 비전의 조율이 필요 한지를 가늠해 나가게 된다.
② '사실관계'를 소홀히 한다면
▷ 자녀들은 부모의 재혼을 아직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아직도 자녀들은 부모의 재혼에 대해 반대하거나 설득이 안 되어 있어 부모의 재혼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다.
심각한 문제는 재혼 가정 부모가 혼란을 겪고 있는 자녀들의 모습을 외면하는 순간 일어난다. 재혼 가정의 혼란은 대부분 부모가 자녀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오히려 갈등이 있다는 것을 표현해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은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재혼 가정은 문제가 있어도 어느 정도 가족의 체계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다. 그러나 문제가 있어도 표현하지 않거나 부모가 이제 막 시작한 가정에 갈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자녀들의 문제를 그냥 넘어갈 때 더 위험하다"⑮
"우리가 이렇게 합치자는 게 다 자기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잖아. 시간이 흐르다 보면 애들도 이해하겠지. 안되면 우리가 설득도 해야 하고.자신감을 갖고 일단 일을 밀어붙이자고. 이제 와서 달리 방법이 없잖아." 라고 쉽게 자신들의 재혼을 당위 시 하려고 든다.
하지만 '초혼일 때는 서로가 축하하는 날이었지만은 재혼할 때는 모두에게 슬픈 날 이었다' 는 이야기를 기억한다면 재혼에서 아이들의 실질적 동의와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 재혼 가정 자녀들이 집안 내 공간 사용이나 이사, 전학 등 환경변화와 문화적 충격, 친척 등 가족관계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안다면, 재혼 전 아이들도 재혼이라는 가족사의 새장을 열 때부터 함께 참여시켜 그 기쁨과 책임을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아직 아이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면 아이들의 동의를 얻을 때 까지 필요에 따라 재혼 전 예비기간을 실제 이상 더 늦출 필요도 있다.
'재혼여부를 결정할 때 누구의 의견을 가장 중시합니까?'라는 질문에는 돌싱 남성은 '본인 스스로' 결정하고, 여성은 '자녀'의 의견을 가장 많이 반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남성은 '자녀'(23.3%) '부모'(18.1%) '형제'(13.7%) 등의 순이고, 여성은 자녀 다음으로 '형제'(21.3%) '부모'(19.3%) '친한 친구'(14.5%) 등의 순으로 답했다.⑯
부모의 눈치를 보면서 겉으로는 전혀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 감정을 억누르는 자녀들에게는 더 큰 상처가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재혼이 어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재혼은 '가족과 가족 간의 계약'임을 모른다.
-현실: 두 남녀가 결혼할 때 실은 신랑과 신랑의 부모와 신부의 부모, 여섯 사람이 결혼 하는 것이다
-잘못된 판단: 하지만 저는 남자(여자)의 부모와 별로 상관없어요. 남자(여자)랑 결혼 하는 거지 남자(여자)의 가족이랑 결혼 하는 게 아니니까요
유감스럽게도 이런 태도는 올바르지 못하다.
재혼은 초혼처럼 달랑 두 사람만이 결혼하는 것이 아닌 가족과 가족 간의 결합이다. 그래서 재혼가족을 흔히 복합가족, 또는 혼합가족 이라고 한다. 새로운 배우자의 가족과 친지들은 앞으로 당신의 새로운 가족들이 될 사람이다. 그 관계를 꼼꼼히 살피는 것은 재혼 전에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자녀와 현재 동거하지는 않지만 떨어져 사는 친 부모와의 관계, 새부모-자녀관계, 친부모-자녀관계의 복잡한 가족관계, 두 배우자의 친인척관계 등 실제적이고 미묘한 문제들이 재혼의 성공여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그러므로 주변관계 및 실제적인 문제들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미래에 대 한 준비를 할 때만이 원만하고 만족스러운 재혼을 이룰 수 있다.
특히 배우자의 부모와 가까운 관계로 지내면 내 배우자가 어떻게 현재와 같이 내가 알고 사랑하는 모습이 되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 각자의 현재모습은 다분히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와 성장기에 경험한 다양한 영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생활방식, 먹는 음식, 읽는 책, 종교적 태도, 성과 결혼과 우정과 남녀 간의 태도 등 모두 부모의 영향을 받아 형성 된 것이다.⑰ 우리는 '그/그녀'의 부모와 가족들을 통해 '그/그녀' 의 정보를 얻어 낼 수 있다.
재혼의 결심 전에 상대방의 가족을 방문해 충분히 안면을 트고 가족의 배경을 이해하고 그들의 지지와 동의를 미리 얻어둘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집에도 많이 들락거려봐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그 집안사람들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지, 상대방의 부모님들은 또 어떠한지, 재혼 상대자에 딸린 자녀들의 태도는 어떠한지 등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들까지 꼼꼼하게 체크할 수 있을 것이다.⑱
▷상대방이 살아 온 과거 삶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지금 나의 결혼이 두 번째든 세 번째든, 초혼이 아닌 이상 당신과 상대방에게는 결혼과 관련된 과거의 이야기가 있다.
그러므로 이전 결혼생활로 인해 일어난 문제들, 즉 자녀, 재정, 직업 등에 관한 문제들을 가능하다면 구체적으로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소홀히 하거나 무시 한다면 또 다른 갈등이나 이혼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이 된다.
상처를 했든 이혼을 했든 그 경험은 개인에게 여러 가지 종류의 부정적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런 부정적 감정은 새로운 독립된 개인으로서 누군가를 다시 신뢰하고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 되도록 서로 노력 할 필요가 있다.⑲
교제의 진행과정에서 '과거'의 문제를 충분히 여과 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문제를 이야기 하다보면 이혼한 사람에 대해서는 왜 이혼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혼한 사유를 들어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품성을 알 수 있습니다. 당사자들은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졌다' 하는 투로 상대방이나 사회 탓으로 돌려요. 그러나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보면 '이기적이다' '다혈질이다' '폭력적일 것이다'라는 게 느껴집니다.⑳
우리는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에게 동정을 느끼고 이해하며 그리고 부족한 점을 수용해 나갈 수 있다.
③ '자기정리'가 아직 안되어 있다면
▷전배우자와 관련된 모든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혼만 하면 지긋지긋한 전배우자와의 모든 관계가 눈처럼 깨끗이 다 지워지는 줄 알지만 상당수의 이혼자들이 이혼 후에도 불가피하게 여전 히 전배우자 집안과의 마찰이라는 고통을 안고 산다.
여기에는 위자료, 주택, 아이 방문, 양육비 등이 가장 큰 요인이 되는데 이런 이유 외에도 헤어진 전배우자가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등 비상식적인 일들도 있다.
항공사 기장으로 있는 김모(45)씨. 재혼을 염두에 두고 한 여성과 교제에 들어갔던 김 씨는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처의 전화에 시달렸다.
전처는 이혼 과정에서 김씨에게서 받은 수모를 언젠가 갚아주 고 말겠다며 원망과 협박의 말을 했지만 김씨는 어린 두 자녀를 맡 아 키우고 있는 전처에게 심한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재혼을 전제로 교제하던 여성이 데이트 도중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불신감에 휩싸인 그 여성은 김씨에게 불투명한 김씨 부부의 모습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이별을 고했다.㉑
전혼의 부담스런 짐(법적, 심리적, 정서적 감정들)을 그대로 끌고 가서는 안 되고 반드시 털고 가야 한다.
사실 자신이 이혼을 원했든, 그렇지 않든 부부라는 인연으로 살아온 지난시간 속에서 녹아있는 숱한 사연과 감정을 깨끗이 제거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혼에 이르게 될 때까지 전 배우자와 오랜 시간 나누었던 경험들은 시간이 지난 후 오히려 회한이 되어 당신을 괴롭힐 수도 있다.
우선 재혼한 부부관계가 초혼 부부에 비해 미묘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면은 과거의 배우자에 대한 생각이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 상황에 대한 해석에 영향을 주어 서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재혼한 여성에게 전남편에 대한 질문, 애정에 대한 점검 등이 시작 되면 원만한 부부관계를 이루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재혼한 남성도 과거의 생활과 현재를 계속 비교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진정으로 새로운 가정을 만들기는 힘들다고 볼 수 있다.㉒
그러므로 재혼 전에 반드시 과거의 흔적을 털어버리고 그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재혼 전 이에 대해 충분히 논의 하고 이해해서 재혼 후 이에 대한 문제로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혼 실패에 대한 자기정리가 필요하다
전혼실패에 대한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살펴 볼 일이다. 결혼이 깨진 것은 결코 어느 한쪽만의 잘못이 아닌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이때 자신이 제공한 파경의 동기나 원인을 살피고 반성하는 것은 다음 재혼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 된다.
'헤어질 당시 생각한 이혼의 주원인 제공자'에 대해서는 남성, 여성 공히 '상대방의 잘못이 더 크다', '양쪽 모두의 잘못', '본인의 잘못' 등의 순으로 답했다.㉓
'헤어진 후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지금 생각해 볼 때 이혼의 주원인 제공자'는 남성의 경우 '양쪽 모두의 잘못'(45.1%), '상대방의 잘못'(31.9%), '본인의 잘못'(23.0%) 등의 순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반면 여성은 헤어질 당시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잘못'(52.0%)이 가장 높고 '양쪽 모두의 잘못'(40.1%), '본인의 잘못'(7.9%) 등의 순을 유지했다. 그러나 여성도 '상대방의 잘못'으로 답한 비중은 12.5%포인트 감소했다.
이혼 후 남자의 입장에서는 회사일등으로 충분히 배우자나 가사 일을 돌보는데 등한시 했고, 여자의 입장에서는 남편의 능력을 타인과 비교하며 상대방을 자극 한 것이 가장 후회 하는 것으로 나타난 있다.
이런 전혼의 실패에 대한 충분한 반성 없이 재혼에 임한다면 똑같은 이유로 재혼에서 또 다른 실패를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 스스로 인식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 이혼자를 인생의 실패자, 낙오자, 패배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폄하하는 시각에서 스스로 벗어나 낮은 자존감을 회복해야 한다.
어떤 면에서 자신의 운명에서 이혼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이나 타인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지나치게 인식한 나머지 이혼자들은 먼저 자신이 자신을 비관적으로 낙인찍고 폐쇄적으로 고립시키는 일이 잦은 편이다.
이혼 전의 불행한 결혼도 하나의 경험이다. 결혼은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이혼 또한 삶의 방식의 변경에 불과하며 재혼은 또 다른 삶의 선택이며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임을 인식하자. 재혼전문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교육의 출발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이혼을 겪은 이들이 이혼의 원인을 주로 상대방에게서 찾기 때문이다.
이혼에 대해 변명하고 설명하려는 사람일수록 본인에게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혼은 쌍방보다는 일방의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더 많거든요. 구차한 변명을 하지 않고 '다 내가 부덕한 탓'이라고 말을 아끼는 분이 인격적으로 괜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㉔
그러나 성공적인 재혼을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이혼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무튼 재혼은 초혼보다 좀 더 신중하게 상대방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가 살아온 삶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준비 없는 결혼은 실패하는 비율이 높다. 상대방에 대한 가치관, 생활습관, 살고자 하는 방식 등등 가능한 한 많은 부분에 대하여 알아야 하며, 서로를 표현하고 받아들이는데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방법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다시 결혼을 선택해야 할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일생에 걸쳐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일들은 한 번 빗나가면 다시는 만회하기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두 번째 기회란 없기 때문이다. 결혼도 그러한 일들 중의 하나여서 그것을 하기 전에 정말 잘 생각해 보아야한다."㉕
이후 기회란 우리가 다시 만들면 된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가짐으로 '그/그녀'를 만나자.
① 이완배 기자, 여자는 보내버린 사랑, 평생 못 잊는다 남자는 택하지 않은 직장 오래 아쉬워 해, 코메디닷컴, 2011.06.30 [남자들의 대답은 달랐다. 남자들은 "그 때 직장을 옮겼어야 했다"는 식으로 경력이나 교육 등 자기의 성공 문제에 대해 후회하는 비율이 34%로 가장 높게 나왔다. 또 사랑과 가족에 대한 후회는 모두 합쳐도 19%에 그쳐 여성들과는 차이를 보였다. 여자들이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한 반면 남자들은 사회적 성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② 데니스& 바바라레이니, 부부건축, 전의우 역, 생명의 말씀사(2001) p.157
③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이혼남녀 "상대의 □□ 진지하게 고려 안해 결혼 실패", 2016-07-14 [온리-유와 비에나래가 전국의 (황혼)재혼 희망 돌싱남녀 502명(남녀 각 251명)을 대상으로 '초혼 때 배우자 조건 중 어떤 점을 간과하여 결혼에 실패했다고 생각합니까?'에 대해 전자메일과 인터넷을 통한 설문조사 한 결과]
④ 아크로팬 편집국, 돌싱女, 전 남편은 재혼의 '기피모델' , ACROFAN, 2011.07.21
⑤ 새로운 인생대안으로서의 재혼, 뉴 라이프 (www.divorce-info.co.kr) /짐모스크,이혼해피엔드,권성혜역,미션월드라이브러리 (2005) p.168~170. 발췌정리
⑥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재혼 희망자, 두 세차례 만남에 '스킨십,'" 2012.02.08
⑦ 한국 아이닷컴뉴스부, 재혼 희망자들, 첫 만남부터 다르다, 2009.11.17
⑧ 두정아 기자, '돌아온 싱글을 위한 '재혼수칙 5계명', 세계일보, 2007.3.9
⑨ 이은영 객원기자, 베테랑 커플매니저들이 털어놓은 재혼 풍속도 /"교수는 섹시한 여자, 의사는 젊은 여자, 법조인은 돈 많은 여자 찾죠", 신동아(통권 571), 2007.04.01.이하 기사내용 정리
⑩ 존 웰우드 편저, 내안의 남자 그대안의 여자, 이석명 역, 고려원미디어(1993) p.88
⑪ 동아닷컴 디지털 뉴스팀 이혼 女, '재혼 데이트' 에 불필요한 것 3위 "내숭" 1위? 2014-07-14 [온리-유와 비에나래가 전국의 재혼희망 돌싱남녀 548명(남녀 각 274명)을 대상으로 '재혼 데이트를 앞두고 상대에 대한 설렘은 초혼 때와 비교하여 어느 수준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조사 결과]
⑫ 세르주 헤페즈, 결혼의 적들, 조정훈 역, 마고북스(2004) p.60~65 발췌정리
⑬ 엘자베스 바텡테르 (『한 사람 그리고 타인』)
⑭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김진유 역, 서음출판사(1990)
⑮ 안인용 기자, 너무나 복잡한 가족의 탄생!, 한겨레21, 2006.10.24
⑯ 박재현 기자, 재혼 망설이는 이유 남성 "또 헤어질까봐", 여성 "짐덩이를 떠안을까봐", kyunghyang.com, 2016.07.07
⑰ 닉스티네트·도니힐리어드·낸시스티네트, 9만년의 행복한 결혼이야기, 윤종석 역, 도서출판NCD(2002) p.115~116
⑱ 권성권 기자, 재혼에 성공한 부부로 멋지게 사는 비결, '김영란의 <우리 다시 행복해지기까지>를 읽고서', OhmyNews, 2007.04.09
⑲ 김윤현 기자, [커버 · 재혼가정 행복 만들기] 재혼가족 10계명. 한국 아이닷컴, 2007.5.11
⑳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위의 글
㉑ 재혼피해사례/어겐(http://cafe.daum.net/3040again)/카페글 자료정리
㉒ 장혜경& 박경아, 당당하게 재혼합시다, 조선일보사(2002) p.53
㉓ 성하운 기자, '재혼 고려' 남자는 1~3년, 여자는 4~6년, 동아일보 2008.05.29[전자메일과 인터넷, 그리고 전화 통화를 통해 비에나래와 온리-유가 SBS TV의 'SBS 스페셜 팀'과 공동으로 전국의 재혼 대상자 536명(남 257명, 여 279명)을 대상으로 '이혼과 재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㉔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위의 글
㉕ 세르반테스, 돈키호테의 지혜, 신정환 옮김, 오늘의 책(1998)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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