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몰디브
환경도 살리고, 평화도 알리고, 현지 주민도 돕고… 올해 휴가 '공정여행' 어때요
빳빳한 2103년 새해 달력 처음 펴면 으레 세어 보는 '빨간 날' 숫자. 올해는 65일이다. 주5일 근무제 해당자라면 116일. 거의 3분의 1이 쉬는 날이다. 이 날들을 다 집에서 보낼 수는 없는 노릇. 2013년 휴가는 언제 어디 가서 무얼 할지, 곗돈 부어가며 벌써부터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올해는 한 가지 고민을 보태보자. '어떻게.' 당신의 여행이 지구촌 이웃을 돕는 일이 될 수도, 지구를 아프게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공정여행(Fair Travel), 혹은 책임여행(Responsible Tourism)이라는 말은 서양에서 먼저 생겨났다. 말 뜻대로 여행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윤리 문제에 대해 고민한 결과다. 윤리? 서양 사람들은 놀러 가는 여행가방 속에 도덕률까지 챙겨 넣는 것일까, 하고 의아해 할 수 있다. 챙길 만하다. 예컨대 이러한 현실을 알게 된다면 말이다.
신혼여행지로 인기 높은 몰디브는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2011년 몰디브를 찾은 여행객은 약 93만명. 쓰고 간 직접 비용만 1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몰디브에는 약 30만명의 주민이 산다. 인구의 80% 가량이 관광과 관련된 일에 생계를 기대고 있다. 벌어들이는 돈과 주민 숫자를 어림해 보면 삶이 꽤 윤택할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 주민의 절반 가량은 하루 1유로 미만의 돈으로 생활한다. 여행객들이 쓰는 돈의 대부분이 외국계 자본이 소유한 리조트 등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의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1~2%에 불과하다.
공정여행은 이런 현실을 각성한 여행자들의 여행 스타일이다. 자본의 횡포뿐 아니라 관광지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 토착 문화 붕괴 등 내가 여행을 함으로써 빚어지는 여러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으로 여행을 해보자는 것. 최근엔 소수민족이나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지역, 평화가 절실한 분쟁 지역으로의 여행 등 '착한 여행'의 발걸음이 확장되고 있다. 거창한 목적의식이 없어도 된다. 탄소 배출이 적은 교통 수단을 이용하고 현지 음식을 사먹는 국내여행도 모두 공정여행이다.
국내에 공정여행의 싹이 움튼 것은 7, 8년 전이다. 비정구기구 등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다가 2008년부터 공정여행을 표방하는 사회적기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요즘엔 간판만 공정여행을 내건 사이비도 눈에 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옥석을 가릴 수 있을 것이다.
▦국제민주연대 공정여행사업단
인종, 종교, 성 민족을 뛰어넘어 모든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존중 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민단체. 중국 소수민족 거주지를 중심으로 여행 경비를 현지 주민에게 환원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www.khis.or.kr
▦착한여행
2009년 설립된 책임여행 전문 사회적기업.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필리핀 등에서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회단체나 학교의 단체 해외 연수ㆍ답사를 위탁 받아 진행한다. 지난해 동아프리카 트럭킹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www.googtravel.kr
▦트래블러스맵
'지역경제, 자연, 문화를 생각하는 여행'을 표방하는 사회적기업. 지리산둘레길 상품의 경우 여행 경비의 72.8%를 현지 가이드, 숙소, 식사 등에 쓴다. 지속가능 관광 시장 규모를 2020년 전체 해외여행 시장의 5%까지 확대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www.travelersmap.co.kr
▦공감만세
국내외 공정여행과 여행 관련 강좌,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는 사회적기업. 매출의 90%를 지역 사회에 환원하고 이익의 10%를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운영 원칙이다. 10명이 여행을 떠날 때, 1명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도 여행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 www.fairtravel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