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보다 더 힘든 건 편견…그들의 눈빛"
LA한인타운 노숙자 이야기, 과거 홈리스였던 작가가 취재
웹매거진 슬레이트(Slate)는 7일 ‘LA 길거리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제목과 함께 한인타운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의 이야기와 다양한 시각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인타운에만 현재 600여 명의 노숙자가 살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를 작성한 로리 테레사 이어우드씨는 현재 작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한때 솔트레이크시티 지역에서 2년 가까이 노숙자로 살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한인타운내 성제임스성공회 교회 인근에서 노숙하는 조시 로우(42)의 입을 빌려 노숙자의 시각을 전했다.
로우씨는 한때 건설 현장에서 시간당 50달러까지 받던 노동자였다. 하지만, 갑작스런 사고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사고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노숙자도 길거리라고 아무 데나 누울 수가 없다.
로우씨는 “지옥 같은 시간의 연속이다. 추위는 물론 사람의 눈을 피해 매일 잠잘 곳을 찾아야 하고 헤진 옷과 담요를 움켜쥐고 다른 노숙자의 소변 줄기를 피하며 살아간다”며 “그럼에도 매일 오전 4시에 쓰레기 차가 오기 전 일어나는데 사람들이 나를 보고 '게으른 노숙자’라고 생각하는 게 싫다”고 말했다.
로우씨는 장애인 수당으로 월 1347달러를 받고 있지만, 그 돈으로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LA의 렌트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폐품을 팔아 추가 수입을 얻고 있다.
로우씨는 “나도 자존심이 있다. 얼마 전 딸이 찾아왔을 땐 에어비앤비를 빌려서 딸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일을 해서 자급자족하기 위해 푸드스탬프도 받지 않는다”며 “그 모든 건 너무나 힘든 일이 맞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편견의 시선, 눈빛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글을 쓴 이어우드씨 역시 취재 과정 속에서 느낀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한인타운 내 한 상점에 들어서기 전 한 노숙자와 마주쳤는데 퀴퀴한 냄새로 인해 모른 체 지나치면서도 한편으론 모든 걸 잃고 길거리에서 사는 게 어떤 감정인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감정이 복잡했다”며 “나 역시 어쩌면 타인을 돕는것보다 ‘자기 보호’의 필요성이 더 큰 사회에 이미 적응한 채로 그들을 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우드씨는 LA한인타운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한인 조니 이(36)씨와의 인터뷰 내용도 덤덤하게 적어나갔다.
이씨는 자영업자이면서 노숙자를 돕는 ‘코리아타운포올(Koreatown for All)’의 공동 창립자다.
이씨는 이어우드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출근길에 봤던 한 노숙자의 죽음을 언급했다.
이씨는 “아침에 어떤 노숙자가 길거리에 쓰러져 있었고 한 남성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이내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게 됐다”며 “그건 나에게 혼란스러운 광경이었다. 불과 50피트 떨어진 곳엔 값비싼 고급 콘도들이 즐비해 있었고 수많은 사람이 밝은 옷을 입고 주스나 커피를 마시며 직장으로 향하는데 그 상황에서 한 노숙자는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고 말했다.
그날의 일은 이씨가 코리아타운포올을 세우게 된 이유가 됐다. 이씨는 지난 2018년 한인타운의 노숙자 셸터 반대 시위에서 홀로 피켓을 들었다.
‘Koreatown choose Love(한인타운은 사랑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씨는 “당시 사람들은 노숙자하면 ‘마약’ ‘위험한 사람’처럼 여기며 노숙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외쳤다”며 “그날은 특히 일요일이었고 수많은 한인들이 교회에 가는 날이었기 때문에 성경구절과 함께 피켓을 들어 눈길을 끌길 원했다”고 전했다.
그날 이후 이씨는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다. 그건 한인타운의 모든 사람이 노숙자 셸터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이씨는 “한인타운에도 노숙자를 돕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우리 단체에도 청소년부터 노인, 변호사, 사업가, 방송PD, 회사원 등 다양한 사람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LA한인타운은 1960년대 한인들이 이민와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자부하는 곳인데 모두가 노숙자를 반대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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