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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래 공수거' 아메리칸 라이프 

2017-06-05 1776

사실 미국생활은 '페이먼트'의 연속이라는 말을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빚 갚음'의 연속일 수도 있다. 

월급, 연금, 은퇴 계좌 등 받을 돈도 많지만 집, 자동차, 학자금, 장례비용까지 삶이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돈을 누군가에게 보내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인들도 '공수래 공수거'를 실천하는 것은 아닐까. 

실제 삶을 마감하는 미국인들 10명 중 4.6명은 재산 가치 1만 달러 이하의 '거의 빈손'으로 '마지막 굿바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자 1만 명 중 57%의 독신 시니어, 50%의 사별 가정은 주택에 남아있는 가치도 실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연구소가 지난해 조사해 보고한 내용이다. 

중산층 가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스웨스턴 뮤추얼이 조사했더니 빚이 있는 가정의 40%는 월소득의 50%를 빚 갚는데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빚은 정말 생활이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시니어들의 경제 생활이 녹록지 못한 현실이 여지없이 반영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69%는 은행 통장에 1000달러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하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시니어 사회복지 지면에 문의하는 시니어 또는 시니어 가족의 대부분은 소셜연금 또는 장애연금 수령에 대한 질문을 보내고 있다. 한인사회 내 깊은 갈급함의 표시다. 

역으로 뒤집어 생각하면 빚이 조금 있거나 노년에 자녀들에게 물려줄 것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해서 뭔가 알차지 못한 이민생활을 보낸 것 같아 허탈하다는 분들의 서글픔은 실제 근거가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 

거대한 경제가 2008년 한번 침몰하면서 제조업과 부동산, 정부 지원까지 모두 무너지는 경험을 미국인들은 해야 했다. 불황은 올 수 있고 치유의 시간은 길게만 느껴질 수 있다. 대부분의 시니어 독자들도 동의하듯이 빚은 '생활'이다. 삶의 일부라고 인정하는 것이 좋다. 

한 이혼 변호사가 기자에게 남긴 말은 울림이 있다. 

"빚은 돈이고 돈 때문에 성격차이는 더 벌어진다. 남은 시간이라도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이 이혼 도장을 찍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인 시니어들이 빚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문화에서 한발짝 벗어나 '생활의 과정, 인생의 과정'이라고 여긴다면 조금은 더 황혼기가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빚은 열심히 산다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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