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성장 날개 꺾이나
대표 포털 10년간 연(年)50% 급성장하다 올 성장률 2~5%로 '뚝'
"포털의 콘텐츠 무단 이용 더이상 용납 못한다" 영화·뉴스업체도 압박 나서
폭발적으로 성장해오던 인터넷 업계가 한계에 부딪힌 걸까?
'검색 광고'(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면 연관된 광고를 보여주는 것)라는 새 비즈니스 모델로 최근 10년 동안 매년 50% 이상 급성장을 질주하던 인터넷 포털의 성장세가 올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구글, NHN(네이버) 같은 대표적인 인터넷 업체들은 올해 들어 성장률이 2~5%로 뚝 떨어져 인터넷 비즈니스가 통신 서비스업처럼 정체 상태에 들어섰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그동안 사실상 공짜나 헐값에 인터넷 포털에 콘텐츠(정보내용물)를 제공해왔던 영화·뉴스 제작업체들도 "더 이상 포털이 콘텐츠를 훔쳐가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며 포털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재벌 총수인 루퍼트 머독은 최근 "뉴스 콘텐츠 유료화 도입에 따른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며 "우리가 성공하면 다른 미디어도 곧바로 따라올 것"이라며 포털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
세계 인터넷 광고 시장, 마이너스 성장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 2분기 세계 인터넷 광고 시장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한 139억달러(약 17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 1분기에 이은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인터넷 광고 시장의 침체는 작년부터 두드러졌다. 연말 성수기 효과로 154억달러를 기록한 작년 4분기를 제외하면 1·2·3분기 연속 147억달러로 '제로' 성장에 머물렀다. IDC의 카스텐 웨이드 연구원은 "경기 침체 여파로 올해 3·4분기에도 광고주들은 인터넷 광고 비용을 줄일 전망"이라며 "내년 중반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업체 구글조차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9% 성장하는 데 그치면서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출의 97%를 온라인 광고로 벌어들이는 구글이 2004년 이후 매년 평균 70% 이상 성장했던 것을 감안하면 충격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이 올 들어 300명의 인원을 구조조정하고 다수의 해외 사무소를 폐쇄하는 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전체 광고 시장이 정체를 빚는 상황에서 비용절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인터넷 시장도 포화 상태
국내 최대 인터넷 업체 NHN은 올 상반기에 755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3% 성장한 것이지만, 같은 기간 31% 가까이 성장한 게임 부문의 힘이 컸다. 포털 부문의 주력 사업인 온라인 광고 매출은 2% 증가에 그쳤다.
인터넷 시장에서 2위권 이하 업체의 성적은 더 비관적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분기 검색광고 사업에서 전년 동기보다 8.7%, 배너 광고에서는 24.4%나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도 1.8% 마이너스 성장했다. 또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7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고, KTH는 적자 전환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의 이창영 애널리스트는 "이미 국내 인터넷 광고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러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대할 수 없다"며 "그나마 NHN 정도가 일본 검색시장 진출 등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하지만 아직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포털, 새 수익 모델 돌파구가 없다
포털은 그동안 뉴스·영화·만화·음악 등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콘텐츠를 찾아서 보여주고 광고를 붙여서 막대한 수익을 냈다.
하지만 콘텐츠 생산자들이 최근 '콘텐츠 제값 받기'에 나서고,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도 강력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부터 시행된 저작권법에 따르면, 정부는 불법 콘텐츠가 적발된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게시판을 최대 6개월간 정지시킬 수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도 "최근 상반기 동안 인터넷 포털의 저작권 침해 건수가 1만2000여건이나 된다"며 포털에 대한 공세를 높이고 있다.
인터넷 포털들은 쇼핑·부동산 정보 제공 등 새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로 고전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중개업자들이 네이버의 부동산 정보 서비스가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며 정보 제공을 거부한 게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