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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푼 줍쇼'도 핀테크로 한다, 최빈국 케냐의 최첨단 IT

2020-02-18 1521
Keyna

실리콘밸리 저리가라, 여기는 아프리카 사바나밸리
디지털기술에 관심많은 오동운씨

- 구멍가게도 빈민도 첨단 기술
가진 현금 없어 적선 주저하자 폰 가리키면서 "모바일로 주쇼"

- 마윈도 저커버그도 검은대륙으로
마윈, 회장 물러나고 아프리카行… 청년들 위한 벤처 콘테스트 열어
구글·MS CEO도 아프리카 방문, 5년만에 벤처 투자금 10배 몰려

알리바바 회장 자리에서 지난해 9월 물러난 마윈 창업자는 한동안 두문불출했다. 2개월 후인 지난해 11월 그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아프리카였다. 가나에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벤처 투자 콘테스트를 벌인 것이다. 마윈은 알리바바 회장이던 2017년 케냐를 방문했을 때 그곳 젊은 사업가들의 열정에 놀라고, 아프리카 벤처 투자에 힘을 쏟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마윈의 말이다. "젊은이들 모습에서 20년 전 나를 보았다."

마윈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구글 순다르 피차이, 트위터 잭 도시 등 쟁쟁한 정보 기술(IT) 기업 CEO들이 최근 앞다퉈 아프리카를 찾아 투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아프리카에 몰린 벤처 투자금은 지난해 총 20억2000만달러로, 5년 전의 10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세계 최빈국이 몰린 아프리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사회적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나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저개발국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관심이 많다. 그 현장을 보려고 케냐행(行) 비행기에 올랐다.

◇적선도 핀테크로 할 수 있는 나라, 케냐

케냐에 도착한 날 수도 나이로비 거리를 오가다 빈민 가족과 마주쳤다. 그들은 "배가 너무 고프다"며 손을 내밀었다. 현금이 없어 도와주기 어렵다고 했더니 내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엠페사(M-Pesa)로 주면 되잖아요!" 엠페사는 케냐 통신사 사파리콤에서 운영하는 모바일 결제·송금 서비스다. 통신사에서 가상 계좌인 '핀(FIN) 번호'를 받아 여기에 돈을 입금해 쓴다. 앱을 켜고 1달러를 보냈다. 적선(積善)마저 핀테크로 가능한 나라 케냐에 왔음을 실감했다.

케냐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달러 정도인 빈국이다. 하지만 휴대전화 기반의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결합)만큼은 한국을 비롯해 그 어느 개발국보다 앞서 있다. 케냐 인구의 93%가 엠페사를 쓰고 하루 평균 결제가 약 3000만건 이뤄진다. 은행 계좌는 필요 없다. 휴대전화 번호가 곧 계좌 역할을 한다. 케냐 어디서든 볼 수 있는 6.6㎡짜리 구멍가게에서도 결제는 엠페사로 한다. 얼마 전 세상을 뜬 '혁신 전도사'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책 '번영의 역설'에서 엠페사를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의 대표 사례로 극찬했다.

시토요 로포코이위트 엠페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역설적이게도 "케냐가 워낙 엉망이었기 때문에 핀테크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기반 시설 부족이 '단계를 건너뛴 혁신'으로 이어졌다 생각합니다. 은행이 매우 적어 휴대전화를 활용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 수요가 매우 컸지요. 휴대전화는 왜 그렇게 많아졌느냐고요? 이유는 비슷해요. 그 전까지 전화선 보급률이 1%도 안 됐거든요." 금융 기반 시설은 탄탄한 반면 촘촘한 금융 규제 때문에 핀테크가 더디게 발달한 한국과 정반대였다.

◇스타트업 창업하는 아프리카 젊은이들

사바나밸리의 탄탄한 기반은 '치타 세대'라는, 스마트폰·인터넷에 익숙하고 소비 성향이 큰 20·30대 청년들이다. 40세 이하 연령층이 케냐 인구의 87%를 차지한다. 아프리카개발은행은 아프리카의 청년층(15~35세)이 2050년까지 약 24억명으로 늘어나 세계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리라고 전망한다. 선진국이 출산율 저하로 늙어가고 있을 때, 아프리카에선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젊은이가 대거 양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청년들은 몸소 겪은 인프라 부족을 발판 삼아 혁신적 스타트업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지난해 '마윈 공익 기금'은 나이지리아 스타트업 라이프뱅크를 최고 벤처기업으로 선정했다. 교통·의료 기반 시설이 부족한 아프리카에 오토바이, 무인 항공기(드론)를 이용한 혈액 배달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택시 교통사고가 잦은 르완다에서는 스타트업 세이프모터스가 택시 기사의 속도와 가속도, 위치 정보(GPS)를 분석해 등급을 매기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타트업 와이포 와이어리스파워는 드론이 지속적으로 자율 비행할 수 있는 무선 충전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나이로비 케냐타대에서 '치타'들(모두 22세)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케냐엔 학교가 없는 시골 마을이 많아요. 하지만 이제 전국 어디서든 스마트폰만 있으면 작은 학교가 되지요."(누히아) "엄마는 옷 장사를 해요. 예전엔 사는 곳에서만 장사할 수 있었죠. 이제는 엠페사로 보증금을 받아서 옷을 만든 다음 아주 멀리 사는 사람에게도 팔아요."(하다사) "어머니는 선생님인데 부업을 시작했어요. 앱을 활용해 승용차를 안 쓸 때 이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줘요. 덕분에 소득이 늘었지요."(데니스)

기술 발전은 인간 소외와 사회 분열을 촉발한다는 우려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내가 본 아프리카에선 디지털 기술이 소외 계층을 끌어올리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기술이 세상을 더 좋아지게 만든다." 막연했던 이 말이 아프리카에선 이미 현실이었다.
 

source : 1582074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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