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올리려고?…위험지역 여행 `겁 없는` 사람들
해외여행 안전불감 주의보
황색경보 도시서 인터넷방송 종교갈등 지역선 순례 인증샷
적색경보 필리핀 팔라완섬, 패키지 여행 버젓이 판매
5년새 한인 납치·감금 1.8배, "모방·호기심 여행 자제를"
구독자가 14만여 명인 한 여행 콘텐츠 제작 유튜버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를 방문해 촬영한 영상이 최근 도마에 올랐다. 영상에서 유튜버는 보고타 시내를 거니는 모습을 스마트폰 셀프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콜롬비아는 굉장히 위험한 나라로 알려졌는데 생각보다 괜찮다"며 "생각했던 것만큼 위험하지 않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불거졌다. 자신을 콜롬비아 교민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이 "이곳에선 스마트폰을 빼앗는 과정에서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며 "(유튜버가) 정말 위험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네티즌도 "영상을 보고 안전한 줄 알고 다른 사람들이 따라갈까 걱정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0일 40대 한국인 여성 장 모씨가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 세력에 28일간 억류됐다가 구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행객이 위험 지역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르키나파소가 외교부 지정 `여행자제` 지역(장씨 피랍 당시)이었기 때문이다. 쏟아져 나오는 여행 콘텐츠나 관광 상품 등이 안전 문제는 소홀히 한 채 소개되고 있어 여행객들에게 안전불감증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외교부 안내에 따르면 콜롬비아 보고타, 메데인 등 대도시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납치 사건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외교부는 "콜롬비아 대도시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는 범죄 유형으로 범행 후 피해자를 살해하는 사례가 50%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스마트폰은 최고의 절도 대상 품목이므로 가급적이면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고 꼭 통화가 필요할 때는 건물 내부로 들어가라고 안내하고 있다.
또 다른 여행 유튜버가 지난해 8월 업로드한 이스라엘 서안지구 방문 영상에는 길거리에서 현지인과 시비가 붙은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여행자제 국가에 갔다 총 맞을 뻔했다"며 "가신다면 단체로 가시거나 현지인과 함께 가는 걸 추천한다"고 당부했다. 해당 영상에 네티즌들은 "외교부에서 가지 말라는 곳은 가지 말아야 한다" "저러다 잡히면 세금으로 구출하는 거 아니냐" 등 걱정하는 글을 남겼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 지역에는 최소 여행자제(황색경보) 이상 여행경보가 발령돼 있다. 여행자제는 외교부가 규정한 여행경보 중 2단계로,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객이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주변 지역 위험도는 더욱 심각하다. 가자지구와 인근 5㎞ 이내 지역은 3단계인 철수권고(적색경보) 지역이다. 가자지구에는 2014년 7월부터 `즉시 대피`에 해당하는 특별여행경보 2단계도 발령돼 있다. 베들레헴이 있는 서안지구도 같은 해 철수권고에 해당하는 특별여행경보 1단계가 발령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찾는 한국인은 매년 늘고 있다. 이스라엘에 방문한 한국인은 2014년 2만1700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8년 4만5600명으로 5년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여행사들은 `부모 효도 기독교 이스라엘 성지순례 상품`과 같은 이름을 내걸고 앞다퉈 판매하고 있다.
성지순례 관광지 중 하나인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선 2014년 폭탄테러가 발생해 성지순례에 나섰던 한국인 3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쳤다. 이곳에선 2012년 2월에도 성지순례를 온 한국인 관광객 3명이 현지 무장 세력에 납치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철수권고가 내려진 지역에 대한 여행 상품도 버젓이 팔린다. 전 지역에 황색 또는 적색 경보가 내려진 필리핀 팔라완섬은 신혼·가족 여행지로 소개된다. 그러나 상품에 여행 위험지역에 대한 안내는 찾을 수 없다.
이처럼 안전불감증이 커지면서 외국에서 범죄 피해를 겪은 한국인도 갈수록 늘고 있다.
외교부가 내놓은 최근 5년간 재외국민 사건·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8년 피해 유형별로 절도 1만123명, 강간·강제추행 110명, 납치·감금 118명, 행방불명 488명이다. 2014년에 비해 절도는 2.3배, 강간·강제추행은 3.8배, 납치·감금은 1.8배, 행방불명은 1.8배 증가했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외국여행 위험지역에 대한 홍보가 덜 된 상태에서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위험지역 방문이 과시적으로 소개된다면 시민들이 안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광 소비자는 구매자로서 혜택을 누리는 것 외에도 자신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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